토마스 D. 실리 지음ㅣ하임수 옮김ㅣ에코리브르ㅣ328쪽ㅣ1만8천원

보통 꿀벌집단을 생각하면 여왕벌의 지시 아래 일벌들이 움직이는 수직적인 권력구조사회를 떠올린다. 그러나 생물학 교수이자 40년 경력의 양봉업자 토머스 D. 실리가 쓴 『꿀벌의 민주주의』는 이런 우리의 통념에 반박하며 꿀벌들의 생태야말로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꿀벌의 면모는 벌집을 짓는 봉분과정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오랜 시간 벌의 생태를 연구해 다양한 자료들로 꿀벌의 생리를 설명하고 있는 저자가 서술한 벌의 봉분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원래의 정착지에 꿀과 먹이가 쌓여 일벌이 늘어나 더이상 이 수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꿀벌들은 새로운 정착지로 분봉할 준비를 한다. 그동안 수백 마리의 정찰벌들은 각각 집터의 후보지를 물색해 그 집터에 대한 꿀벌들의 선호도를 조사한다. 이 기준에 따라 정찰벌들은 자신들이 찾아온 정착지에 대한 평가를 8자춤으로 표현한다. 집터 후보지를 물색해 온 벌이 춤을 격렬하게 추면 집터가 최상이라는 의미다. 다른 꿀벌들은 그들의 춤을 보고 선호하는 집터를 정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모두가 동의하는 하나의 집터가 정해진다.

저자는 꿀벌들의 정착지 결정과정에서 도출할 수 있는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 중 하나가 ‘집단적 사고에서 지도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라’다. 분봉과정에서 여왕벌이 지시를 내리거나 강요하는 경우는 없다. 꿀벌의 집단에서 여왕벌은 일벌과 하는 일이 다를 뿐 평등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일벌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지지를 표현한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꿀벌의 집단이 규합된다는 점에서 여왕벌이 공동체를 이끄는 핵심이라 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늘 이렇듯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저자는 곤충들의 생태에서 민주주의의 기초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제시한다. 어쩌면 민주주의는 자연 속에 벌써부터 내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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