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올려진 고기의 진실
식탁 위에 올려진 고기의 진실
  • 허서연 기자
  • 승인 2012.05.13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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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ㅣ송은주 옮김ㅣ민음사ㅣ400쪽ㅣ1만5천원

여기 한 일화가 있다. 1998년 여름, 암소 한 마리가 도축장을 탈출하며 소와 소 주인이 사투를 벌였다. 암소는 몇 킬로미터를 도망가며 안전한 곳에 가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소 주인은 호수 건너편에서 소를 잡음으로써 소동은 끝났다. 그리고 막이 내린다. 이것이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주인공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에게 이 일화는 희극인가 비극인가? 고기를 팔아 돈을 벌려는 주인과 식탁 위의 고기를 기다리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희극으로 보일 지도 모르지만 곧 죽음을 당해야 하는 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극으로 끝맺는 이야기다.

참신한 표현과 함께 묵중한 사색의 깊이로 주목받았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06)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그의 첫번째 논픽션인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앞의 일화를 비극으로 보며 “‘고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호기심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는 가족이 생기고 아들이 탄생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먹고 있는 음식, 그중에서도 고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기는 어떻게 생성되며 유통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고기들을 과연 안전하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저자는 직접 본 도축장의 광경에서 느꼈던 충격을 생생히 묘사하며 이 책을 통해 ‘공장식 축산’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그는 공장식 축산과정에서 과연 고기, 그리고 동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 따르면 고기라는 말 자체에서부터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그 말부터가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모습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고기는 “농장에서 길러지고, 공장에서 도살당하며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도 곧 “고기란 아예 없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단연 공장식 축산이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들을 밀폐된 공간에서 키우면서 유전자 공학으로 동물들을 거의 ‘만들어내는’ 것에 이어 동물의 이동도 제한하는 사육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하에서는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무자비한 학대도 마다하지 않는다. 알을 낳는 산란계 닭장은 A4용지 한 장 정도의 작은 크기이며 창문도 없는 헛간이 3층에서 9층까지 층층이 쌓여있다. 또한 산란계가 낳은 수컷 병아리들은 알을 낳을 수도 없거니와 교배가 가능한 닭으로 성장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년에 2억5000만 마리 이상이 산 채로 전기가 흐르는 판 위로 들여보내지며 폐기되고 있다. 팔리지 않는 생명은 죽음을 맞을 뿐이다.

삽화: 김태욱 기자 ktw@snu.kr


도축장에서 본 동물들의 모습에 저자는 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압축공기총이 고장 났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소의 목 뒤를 칼로 찔러 열어 헤치는 것은 물론, 돼지의 숨통에 구멍을 뚫어 제 피로 익사하게 만들고 있는 도축업자들의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동물들이 무자비한 고통을 받으며 식탁에 올려진 사실을 안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지 되물어보고 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도살장 벽이 유리로 돼있다면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는 말처럼 도축장의 야만성은 결국 동물을 먹기 위한 인간의 가학성을 보여준다.

열악한 상황에서 길러지고 도축되는 동물들은 과연 우리에게 건강한 먹거리일까? 저자는 육식이 동물들의 고통을 초래한다는 것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가 결코 안전한 먹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일례로 배설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자란 육계(肉鷄)의 경우, 태어난 지 40일이 넘으면 도축되며 그 전에 병에 걸려 죽은 닭도 소비자들에게 똑같은 ‘닭고기’로 유통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닭고기’는 건강하게 도축된 닭이 아니라 이전에 병들거나 세균에 감염돼 죽은 닭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병든 동물을 아무런 의심 없이 먹는다면 동물들이 가졌던 병과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인간의 몸에 축적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공장에서 길러진 동물들이 환경오염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UN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축산 동물들이 차, 트럭 등 전체 운송 수단보다 기후 변화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UN에 따르면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며 이는 운송 수단에 의한 것보다 약 40%나 더 많은 양이다. 뿐만 아니라 공장식 농장의 동물들은 초당 40톤의 배설물을 만들어 내며 이는 도시 하수보다 하천을 160배나 더 오염시킨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즉, 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들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들이 받은 무자비한 학대는 인간에게 그리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되돌아오고 있다. 공장식 축산 농장들의 무자비한 학대와 생산과정을 보고도 동물들이 고통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보다 우리가 동물을 먹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공장식 축산의 진실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먹히는 쪽이 아니라 먹는 쪽의 입장에 서서 진실을 빤히 다 알면서 이들을 고의적으로 망각할 수는 없다. “무지를 변명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저자의 메시지처럼 진실을 안 이상 불필요한 생명의 희생을 관조해서는 안될 것이다. 무작정 “채식을 하자”는 것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오히려 무감각해진 이들에게 고기를 먹을 때도 “알고 먹어야 한다”는 일종의 당부에 가깝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1천만 마리에 가까운 소, 돼지, 조류가 산 채로 묻히며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해 경고의 신호를 보냈다.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생매장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행동했는가? 땅 속으로 쏟아지는 죽음을 지켜본 후에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먹고 있지 않은가. 오늘의 식탁에도 빠짐없이 올라왔던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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