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봄 축제 '복고 또 복고'-쌍구년도 리즈시절]

지구멸망이 예언됐던 쌍구년도에 관악인들은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동네방네 쏘다니며 땅따먹기를 하고 드라마 「보고 또 보고」를 열정적으로 시청했던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이번 축제를 기대해봄 직하다. 오는 15일(화)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봄 축제 ‘복고 또 복고-쌍구년도 리즈시절’에서는 1990년대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내가 바로 골목대장! 승부욕 되살리기

축제기간 동안 본부 앞 잔디에서는 유년기를 함께했던 게임들을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 본부 앞 잔디 곳곳에는 오락기가 준비돼 100원 짜리 동전만 있다면 펌프, 철권, 펀치 등 추억의 오락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각종 오락 게임이 10분도 채 안돼 끝나버려 아쉽다면 짭짤한 얻을거리가 있는 게임들에도 도전해보자. 오래된 책상과 칠판이 놓인 잔디 위 교실로 찾아가면 짱딱지, 공기놀이, 판치기 등을 하며 푼돈까지 챙길 수 있다. 유년기의 추억에서 탑블레이드 팽이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 본부 앞 잔디에 설치된 세군데의 경기장에서는 탑블레이드 대전이 일어난다. 게릴라 이벤트로 토너먼트전도 펼쳐지니 참가해 ‘서울대 팽이 마스터’의 영예를 쟁취해보자. 이외에도 1세대 아이돌의 노래 테이프와 청소년 잡지를 들춰볼 수 있는 ‘쌍구년도 물품 전시회’ 등이 열려 동심을 되찾는 데 한 몫을 더할 예정이다.

문화관 옆으로 눈을 돌리면 추억의 롤러장을 발견할 수 있다. 본부 앞 잔디에서 축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롤러장에서 맘껏 롤러스케이트 실력을 뽐낼 수 있다. 롤러스케이트는 공짜로 빌릴 수 있으니 대여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학내를 누비되, 추돌사고에는 주의하자.

어렸을 적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꼭꼭 숨겨진 각종 보물들을 찾아보는 맛이 쏠쏠했던 보물찾기. 이번 축제에서도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게임’에서 소풍의 옛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다. 축제 전날인 14일부터 학내 곳곳에서 배포하는 비밀지도에는 꼭꼭 숨겨진 번호들을 찾을 수 있는 키가 담겨있다. 가장 먼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사람에게는 상금 10만원이 주어진다니 서둘러 학교 곳곳을 누벼보는 것은 어떨지.

가요톱텐을 방불케하는 추억의 소리들

매년 축제의 시작을 장식하는 ‘샤우팅’이 올해에는 복고와 만났다. 15일 오후 6시부터 본부 앞 잔디에서는 끼 많은 관악인들이 이정현의 「와」,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 등을 부르며 학창시절 수련회를 주름잡던 모습을 재현한다. 이날에는 아이돌 그룹 god로 활동했던 가수 김태우씨가 특별게스트로 출연해 당시의 추억을 돋운다.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따이빙 굴비’에서는 ‘샌드페블즈 3th’, ‘김경래 밴드’를 포함한 7개의 밴드가 무대에 올라 각종 가요와 만화 주제가를 들려준다. 베이비복스와 한스밴드 그리고 COOL이 제패하던 90년대의 가요 프로그램이 그리운 사람은 모두 본부 앞 잔디에 모이자. 한편 쌍구년도 감성에 현대 감성도 덧붙여져 공연 관람 재미는 곱절이 된다. 밴드 ‘바이바이배드맨’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자리해 봄 밤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따이빙 굴비’의 열기를 이어가고 싶다면 오후 11시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관악 전자 심-포지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이는 전자음악의 시대를 기리기 위해 ‘축제하는사람들(축하사)’과 컬쳐플래닝 동아리 ‘s.crewbar’가 함께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정예 DJ가 믹싱한 옛날음악을 배경으로 푸른 잔디밭을 누비다 보면 마치 디스코장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복고'를 입은 단골 프로그램

축제의 단골 프로그램들도 이번 봄 축제에는 특별하게 진행된다. 본부 앞 잔디에서 여느 때처럼 계속될 놀이터(노리터; No-Litter)는 ‘장터’라는 본래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돗자리를 깔아놓고 잔뜩 쌓인 접시를 깨며 스트레스도 풀고 야광봉을 사서 밤새 흔들며 축제에 취해보자. 예년처럼 삼삼오오 잔디밭에 둘러앉아 즐기는 막걸리와 안주는 장터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사흘 내내 자하연 앞에서 이어지는 ‘하자, 연(宴)’에는 통기타 연주, 춤과 노래 등 다양한 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전람회와 김창완 밴드의 노래를 준비 중인 밴드 ‘더쿨리스트’와 어쿠스틱 연주를 선보일 밴드 ‘구애대작전’ 등 다양한 팀들이 자하연과 문화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 참가자의 깜짝 공연도 있다고 하니 응원의 한마디를 보태주기를.

17일 오후 4시, 아크로에서는 네시간 동안 열띤 분위기를 이어갈 ‘관악게임리그’가 시작된다. ‘복고 또 복고’에 걸맞게 소싯적 PC방을 점령했던 포트리스와 불후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리그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이번 관악게임리그에는 게임계의 대세로 떠오른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회가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 대회에만 160여명이 참여해 승부욕을 불태운다. 전용준 캐스터와 함께 300명 가량의 관악게임리그 참가자 중 누가 우승할 것인지 점쳐보는 것도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재미다.

축제의 마지막 밤을 책임지는 폐막제는 17일 오후 6시 30분 본부 앞 잔디에서 열린다. 이번 폐막제는 「개그콘서트」의 ‘꺾기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홍인규씨가 진행자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고어헤드’가 SES와 핑클로 분하고 ‘쟈스민’이 「성인식」을 재현하는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무대에 올라온다니 1990년대의 본부 앞 잔디 위에 서있는 착각마저 들 법하다. 가수 브라운아이드걸스와 함께 관악인들 모두 모여 억눌렀던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시간을 갖자.

‘축하사’ 회장 김홍진씨(지구환경과학부·07)는 “이번 축제는 7080세대의 복고가 아닌 20대의 복고를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됐다”며 “다양하게 준비된 행사와 공연들 속에서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며 ‘그땐 그랬지’하고 미소를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다’는 뜻을 가진 복고(復古).누군가에게 복고는 풍미했던 옛 시절을 넘겨볼 때 번져나오는 깊은 미소와 은근한 여운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봄축제 ‘복고 또 복고’에서 잊고 있던 과거와 현재 사이 눅진하게 패인 시간의 주름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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