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김동애 본부장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국회로 향하는 대로변에는 커다란 텐트가 서 있다. 언제 세워졌는지 겉에 싸인 비닐이 뿌옇다 못해 검게 변했다. 주변에는 “강사 처우 개선하라”는 글귀가 적힌 판넬과, 학위복을 입은 마네킹이 쓰러질 듯 위태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 만 5년 동안 농성을 계속해온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김동애 본부장은 텐트 안이 많이 덥다며 간이 의자가 있는 밖으로 안내했다. 오랜 시위를 통해 비정규직 강사 처우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남상혁 기자 as0324@snu.kr

김 본부장이 고려대 시간강사였던 남편 김영곤씨와 함께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며 지난 2007년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1700여일째에 이르고 있다. 김씨 부부는 지난 2월 15일부터는 고려대 본관 앞에도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다.

◇“강사가 부당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했다”=김 본부장이 거리로 나온 것은 비정규직 교원의 처우가 어떠한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1999년 강사료의 2배를 받는 대우교수로 한성대와 1년간 계약했다. 그러나 한 학기가 지난 뒤 대학측은 대우교수 제도가 폐지됐다는 이유로 강사료를 계약조건보다 낮게 책정해 지급했다. “상식적으로 대우교수 제도가 폐지됐으면 사전에 이를 알려줘야 했고, 이전에 대우교수 조건으로 계약한 남은 6개월 기간은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항의와 사과 요구에도 학교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김 본부장은 학교측에 감봉 무효 소송을 걸며 긴 싸움을 시작했다. 소송 준비 과정에서 그는 그와 같은 비정규직 교육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대학 강의의 상당수를 담당하는 시간강사는 노동자로도, 교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해 법적으로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이다. “시간강사가 이토록 열악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처럼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는 지난 2007년 9월 7일 그가 국회 앞에 천막을 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책 살 돈도 없는데 교원 지위도 인정이 안된다”=김동애 본부장의 끈질긴 5년 투쟁에도 강사들의 법적 지위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는 “2007년 4월 대법원 판례에서 강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됐음에도 교과부는 최근까지 강사들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비판한다. 비정규직 강사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은 교과부가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학교시설이나 강의실 수에 비해 강사 임금이나 처우 등은 평가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새로 개정된 고등교육법에서 시간강사는 교원으로 인정되지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학연금법에서는 제외된다. 교원이라는 형식적 지위만 주고 실질적으로 교원의 지위에 맞는 대우는 하지 않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엄연히 교육노동자인데 이 지위에 걸맞는 규정에서 빼버린다는 것은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묵과한 채 교원 지위만 부여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포장하려는 태도”라고 질타했다.

김동애 본부장은 “강사들은 책 살 돈도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린다”며 시간강사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180곳의 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평균 4만7100원으로 정규 교수 임금의 1/10~1/2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07년 연세대에서는 정규 교수가 연 1억2천만원을 받은 데 비해 강사들이 쥔 돈은 연 768만원이 고작이었다. 김 본부장은 “그나마 개정된 법에서 국립대를 대상으로 2012년에 시간당 7만원을 지급하라고 규정했으나 사립대에 대해서는 ‘권고’에 그쳐 재정 부족을 이유로 따르지 않는 사립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함께 목소리를 낼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김 본부장은 농성을 이어가는 데 가장 힘든 점으로 강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점을 꼽았다. 시간강사의 투쟁이 자기 자신을 내던지지 않으면 안되는 불리한 싸움이다보니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대부분이 강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뿐 아니라 학계에서 매장당한다”며 “강사들이 지위 회복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 충분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시위에 나서는 순간 당장 생계가 힘들어지니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 강사노조의 가입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마저 학교측에서 노조원들을 전임교수로 고용하겠다고 회유해 노조원이 이탈하는 등 노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강사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구심점이 없어 조직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큰 한계”인 것이다. 또 김 본부장은 “대다수 언론에서 비정규직 강사 문제 자체를 덮으려 하거나 왜곡 보도한다”며 “서울대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간강사만 3명인데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진보언론에서마저 자신의 인터뷰를 왜곡해 싣기도 해 김 본부장은 자본의 논리에 대학과 언론이 휘둘리는 현실에 크게 실망해 있었다.

◇“교과부가 나서서 법적 정규직 교수 임용을 차근차근 늘려가야 한다”=강사 지위 회복을 외치며 긴 노상투쟁을 이어온 그의 요구사항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중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강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힘들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그는 법정 전임교수 100% 임용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불가결한 분야에 최대 20% 정도만 시간강사를 두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20%선 안으로 고용되는 강사 역시 실질적 교원의 지위를 획득한 신분이어야 한다. 이처럼 교원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된 법정 전임교수의 충원율을 높이면 정규교원 채용이 늘어나 교원 지위가 회복되고,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 현재 교과부에서는 법정 전임교수를 61% 이상 채용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강사 처우개선 문제는 강사 본인의 문제뿐 아니라 학생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시간강사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김 본부장은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라고 지적한다. 시간강사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처우의 문제일 뿐 아니라 대학교육의 정상화와도 밀접하게 연계돼있다는 것이다. “영리만 추구하는 대학에 비판적 사고를 가진 강사가 무조건 해고되는 경직된 사회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사고와 목표의식 함양이 가능하겠는가. 등록금을 내고도 질 높은 강의를 못 받는다는 현실에 분노해야 할 때다.”

그는 강사 역시 현 상황을 더이상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 본부장은 “대학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등 기업화돼 자정노력을 하지 않으니 이제는 강사들이 자기검열을 그만두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언제까지나 수동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바라지만 말고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