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BS 김진원 드라마제작국 PD

KBS 김진원 드라마제작국 PD는 2010년 KBS 드라마스페셜 「마지막 후뢰시맨」으로 데뷔해 4편의 단막극과 한 편의 장편 드라마를 연출한 신인 PD다. 최근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보통의 연애」를 연출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김진원 PD를 만나 단막극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물었다.

◇드라마 PD로서 단막극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장르인가?= 단막극은 제작과정을 PD 홀로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신인 PD에게는 드라마 제작과정을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작가, 미술팀, 스태프를 만나 조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 섭외도 직접 해야 한다. 촬영이 끝나고 방송이 나가기 전에는 편집부터 믹싱까지 전부 관리한다. 이렇게 단막극 제작을 홀로 전부 책임지면서 연출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소재와 형식의 드라마를 선호하는지 말이다.

◇단막극은 호흡이 짧은 만큼 장편드라마와는 여러모로 차별점이 있을 듯하다. 단막극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가?= 단막극은 촬영하기 전에 완결된 극본이 있어서 촬영의 방향을 뚜렷이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연속극의 경우 호흡이 긴 만큼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아서 작가와 큰 틀만 이야기할 뿐 일일이 구체적인 설정을 짜놓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작가와 의견을 완벽하게 조율하기 어려워 촬영 후에 의견차로 종종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단막극의 경우 작가와 의견 차이가 있어도 사전 조율을 통해 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마지막 후뢰시맨」과 「달팽이 고시원」 모두 윤지희 작가와 작업했다. 「마지막 후뢰시맨」은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질감이 작가와 공유가 잘 돼 쉬웠다. 하지만 「달팽이 고시원」을 찍을 때는 의견이 쉽게 일치하지 않아 최대한 접점을 찾으려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작가와 의견 조율을 완벽히 마치고 나니 단막극에서는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찍을 수 있더라.(웃음)

◇단막극이 부활한 이후에도 위기를 진단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막극이 드라마계에서 지니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편드라마는 좀 더 많은 대중에게 호소력을 위해 트렌드를 좇을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단막극은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해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막극은 주변부의 소외된 이야기를 들춰내고 여러 차례의 검증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찍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단막극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장이기 때문에 드라마계를 풍요롭게 할 신인 작가, 신인 배우를 발굴해내는 기능도 할 수 있다. KBS 드라마스페셜이 부활한 지 3년째에 접어 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발굴된 작가와 배우가 요즘 방영 중인 미니시리즈에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단막극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단막극이 자리매김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단막극 제작비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 단막극 제작비 지원 부족으로 인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촬영 일수를 줄여 빡빡하게 촬영해야 하는 등 여러 고충이 있다. 2003년 당시만 해도 9~10일에 걸쳐 찍었던 단막극을 지금은 6~7일 만에 찍어야 한다.

단막극 제작비는 일반 드라마 회별 제작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극의 특성상 더 높은 완결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작비가 부족해 일정을 빡빡하게 돌리게 되면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해 질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 사실 충분한 제작비 지원만 된다면 단막극의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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