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상상력의 보고」

우리에게 ‘태초의 땅’이라는 수식어로만 알려진 아프리카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조명하려는 문화·학술축제가 열렸다. 지난 14일(월)부터 5일간 불어불문학과와 불어문화권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한 「아프리카, 상상력의 보고(寶庫)」가 인문대 두산인문관(8동)에서 개최돼 전통 타악공연에서부터 전시, 영화상영까지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불어권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사진: 남상혁 기자 as0324@snu.kr

14일 열린 개막식에는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아누파시아’ 공연단의 「서아프리카의 태양」 공연이 있었다. 지하공연장에서부터 서아프리카 전통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며 올라온 이들은 생경한 노랫소리에 어리둥절해 하는 축제 참가자를 해방터로 이끌며 공연을 이어갔다. 이들은 관중을 다시 지하공연장에 향하게 한 뒤 본격적으로 공연을 펼쳤다. 아프리카 전통 북 젬베와 실로폰을 닮은 악기 발라폰의 리듬에 맞춰 ‘아누파시아’ 공연단은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서아프리카 전통춤과 꼭두각시 인형극을 선보였다.

지하공연장에서는 화·수요일 이틀에 걸쳐 불어권 아프리카 영화 다섯 작품도 상영됐다. 수요일 오후 상영된 술레이만 시세의 「광채(Yeelen)」(1987)는 아프리카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으로 주술사 부자 간에 대결을 벌이는 말리 밤바라 지역의 비극적인 민담을 다뤘다. 주인공이 여정 속에 접하는 서아프리카 여러 민족의 풍습과 수려한 자연환경은 여타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만큼 관객에게 새롭고 경이로운 광경으로 다가왔다. 김혜인씨(지리교육과·12)는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지만 장면장면이 신선해 수월히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 내내 두산인문관 복도에 「아프리카의 상상력과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사진, 회화 및 아프리카 전통 탈과 조각이 전시되기도 했다. 특히 지하1층과 지상1층에 전시된 ‘꿈꾸는 카메라’ 사진전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꾸려져 이들의 생활상을 면밀히 지켜볼 수 있는 자리였다. 허름한 흙집 앞마당에서 엄마아빠 할 것 없이 가족 모두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빙그레 웃는 모습을 찍은 잠비아의 한 가족사진은 1970년대 정겨운 우리나라 시골 대가족과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찍은 사진들은 빈곤과 원시 등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아프리카인의 진솔한 삶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한편, 인문대 해방터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아주대 불문과 아프리카트랙전공 학생들은 나이지리아 전통음식 장터를 열어 시큼한 닭고기 스프에 으깬 얌을 곁들인 요리와 토마스소스를 끼얹은 밥에 고등어를 올려낸 요리 등 평소 맛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음식을 선보였다. 바로 맞은편에서는 아프리카 미술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석공예 체험장이 설치돼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참가자들은 케냐산 키지석으로 만든 접시, 알, 상자 등 다양한 모양의 조각품에 그림을 그린 뒤 송곳으로 사자, 기린 등을 새겨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이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상자 위쪽의 개구리 손잡이를 잡고 미닫이문을 열어 까만 뱀이 상자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장난감인 ‘서프라이즈 박스’였다.

이번 축제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프리카 문화를 한데 아우르는 기회였던 만큼 타학교 학생들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석공예체험부터 장터체험, 영화, 전시까지 여러 행사에 참가했던 최대인씨(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 하우사어전공·11)는 “아프리카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행사 소식을 접하고 용인에서부터 일찌감치 달려왔다”며 “수업 속에서만 배우던 것들을 직접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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