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외 7개 시민단체의 주최로 ‘혁신의 망, 평등의 망, 자유의 망’이라는 주제의 강연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번 강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인터넷 컨텐츠 서비스 업체가 망 중립성을 놓고 벌인 논란에 대해 그간의 통신사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망 중립성을 통신규제의 역사와 혁신의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논란의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인터넷 기기의 대중화가 있다. KT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대중화로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해 망 유지 비용이 올랐음을 호소한 것이다.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특정 컨텐츠에 추가비용을 부과하거나 트래픽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 4일 KT는 삼성 스마트 TV가 망 사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망을 끊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기도 했다.

첫 번째 강연은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가 ‘통신규제의 역사와 망 중립성’이라는 주제로 문을 열었다. 전응휘 이사는 “원래 공공재 성격이었던 망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면서 망 중립성이 중요해졌다”며 특정 민간 기업이 망을 독점해 남용하는 일 없이 공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망 중립성의 개념이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망 중립성은 이용자가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나 장치를 통해 컨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수익 위주로 흘러가는 현재의 망 중립성 논의를 비판한 것이다.

이어서 다음커뮤니케이션 정혜승 대외협력실장은 ‘망 중립성이 인터넷 혁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강연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망 중립성을 무시하고 컨텐츠에 과금을 하거나 통제를 가하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정혜승 대외협력실장은 “망 중립성의 침해는 컨텐츠의 혁신이나 경쟁을 통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과금을 부여하거나 컨텐츠를 억제한다면 신생업체들이 컨텐츠 사업에 뛰어드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망 중립성이 저해되는 것이 이용자가 다양한 컨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침해당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주최 측은 이날 강연에 이어 앞으로 3주에 걸쳐 통신규제, 공정거래, 인권 등의 관점에서 망 중립성에 대한 강의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문의: 경실련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국장(02-3673-2146)>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