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총학생회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었습니다. ‘우리가 졌구나’하는 생각 속에 6월 한달간 점거를 이어오던 학우들의 가슴에 생긴 생채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비상총회의 성사와 본부 점거로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은 한달 뒤 패배감과 무력감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총회를 하자고 말합니다. 다시 모이자고, 우리의 요구를 모아 싸우자고 말합니다. 무력감과 패배감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총회에 따르는 부담과 우려를 감출 생각도 없습니다. ‘총회가 다시 성사되겠냐’, ‘점거를 한다고 해서 요구사안을 쟁취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54대 총학생회(총학) 「Ready, Action!」은 선거 때부터 총회를 들고 나왔습니다. 총회가 가지는 무게감을 알기에 선거 전부터 고민했습니다. 수년간 지속됐던 반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입된 법인화, 학생들에겐 결코 등록금 결정권을 줄 수 없다며 연석회의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금까지도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학생‘대표’들을 데리고 등록금을 책정한 올 초 등록금심의위원회 사태, 단과대에서 리모델링 한번 한다고 하면 과/반방 등 자치공간이 위협받는 상황. 산적한 문제는 많은데 학교는 ‘곤란하다’, ‘불가능하다’는 답변으로 학생의 요구를 간단히 무시해왔습니다.

54대 총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부에서 ‘안 된다’고 하니 ‘그런가보다’하고 포기하지 않고, 빼앗긴 권리, 아예 우리에게 주어지지도 않았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도 숱한 기자회견과 공문 전달을 통해서도 우리의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한 뒤 ‘안 된다’고 말하는 본부에 총학이 학우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열쇠는 결국 학우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 54대 총학이 내린 결론은 ‘학우들의 직접적인 힘을 모아야 한다’입니다. 100%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고 힘들고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총학이 해야 하는 것은 여러분이 직접 모여 요구안을 결정하고 직접 그 행동까지 실천할 수 있는 ‘총회’라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할 수 없다면 추상적인 담론을 아무리 떠들어도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학우 여러분이 느꼈을 ‘불편함’, ‘답답함’, 그리고 불만을 우리의 요구안으로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지 함께 토론하고자 합니다.

짧은 글이나마 이 지면을 통해 호소드립니다. 우리의 공동행동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넘겨버리지 않고 주어지지 않은 것을 만들어가는 길에 함께 해 주십시오. 당신의 요구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십시오. 5월 31일, 눈물과 패배감이 아니라 앞서 간 선배들 앞에 당당하리만치 높은 자신감과 결의로 우리의 총학생회가를 부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총학생회장 오준규
법학부·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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