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저작권 보장해야” vs. 대교협 “보상금 지급 기준 근거 대라”
2년째 시행 못한 채 논쟁만 계속 돼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는 대학의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 기준 개정안’을 고시했다.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는 저작물을 복제·배포·전송·방송·공연하고자 할 때 수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저작권자의 사전 이용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한 후 저작권자에게 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문광부는 지난해 4월 수업목적 보상금 기준을 고시했지만 대학측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여전히 납부 거부와 금액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대교협과 대학 단체 등이 보상금 기준에 대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해 저작권자 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복전협)가 보상금 협약 절차를 유예한 바 있다(『대학신문』 2011년 11월 21일자). 지난 2월 대교협이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은 후 발표된 이번 개정안에서는 지난해 고시됐던 학생 1인당 부담 보상금 4,474원이 30~40% 하향 조정됐을 뿐 여전히 문광부측과 대교협, 대학 단체 간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개정 고시안이 발표됐지만 이 제도가 당장 시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추가 연구결과 발표 당시 구성됐던 대교협의 ‘수업 목적 저작물 보상금 대책위원회’가 개정안이 나온 지금까지도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 측은 “소수 대학을 표본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로 보상금액이 산출됐다”며 “광범위한 표본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보상금액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이번에 산정된 보상금액 역시 더 감액될 수 있다는 것이 대교협의 입장이다. 저작권자의 포괄적인 동의가 있거나 공공의 목적으로 인용되는 경우처럼 보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저작물들을 제외한다면 현재 책정 가격의 20% 미만으로 감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교협은 저작권자의 포괄적인 동의가 있는 저작물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당수의 저작권자들은 보상금을 받는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이 저작권료보다 더 크기 때문에 자신의 저작물이 무료로 이용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교협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 교수이면서 자신의 저작물을 소유한 저작권자 5만 7000여명은 자신의 저작물이 수업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저작료를 받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고 대교협 관계자는 밝혔다. 이렇듯 대교협은 저작권자의 포괄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 저작물의 개별 이용을 허락하는 계약이 체결된 경우와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작물 이용이 단순한 ‘인용’에 해당할 때 현 기준안이 저작권법과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학 교수들이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강의 자료로 인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작권법상 인용의 경우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공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 목적에 대한 판단기준이 저작권법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강의록과 PPT자료 등에서 일부 발췌·삽입한 부분이 단순한 인용에 해당하는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작물인지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복전협이 독점적으로 보상금을 징수한다는 점이다. 현재 어문 저작물 이외의 음악, 영상, 그림 등의 저작물들에 대해서는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일종의 신탁기관들(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 등)이 이미 존재한다. 유정욱 교수(강동대 신재생태양광공학과)는 “복전협이 보상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은 복수의 저작권 집중관리 단체에 의한 중복 징수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발했다. 문광부 저작권산업과 김영경 사무관은 “여러 단체 중 공정한 심사를 통해 복전협을 저작권자 단체로 선정했다”며 “보상금 수령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보상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교협과 대학 단체들은 “보상금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분배가 보장되지 않으면 저작권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여전히 문광부와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문광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대교협과 대학 단체들의 보상금 기준에 대한 추가 연구를 수용했으며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저작권자와 대학 측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또 “여러 차례 협의와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더이상 조정은 불필요하고 제도의 시행도 늦추기 곤란하다”며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가 조기에 정착해 대학에서의 저작권 침해가 없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저작권을 징수하는 복전협 측은 “오는 6월 말까지 모든 대학에 복전협과의 저작물 이용 방식에 대한 계약 체결을 요구할 예정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소송 등의 방법으로 보상금 청구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히고 있어 추후 복전협 측과 대학 간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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