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12 극단 동 대표 레퍼토리전」 강량원 연출

대사보다 배우들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모색하는 극단 ‘동’이 「2012 극단 동 대표 레퍼토리 展」을 연다.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세 작품을 18일(금)부터 다음달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 작품들의 연출가이자 극단 동의 대표인 강량원씨를 만나 극단 동과 이번 레퍼토리 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2012 극단 동 대표 레퍼토리 展」에 대해 설명해 달라=이번 레퍼토리 전은 극단 동이 공연했던 세 작품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니콜라이 고골리의 「비밀경찰」,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으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가는 자리다. 이 작품들은 모두 실험극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오는 6월부터 두달간 러시아의 무대에 오르게 됐다. 해외 공연에 앞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먼저 레퍼토리 전을 선보이고 싶었다. 세 작품 모두 극단 동만의 신체연기 형식을 살려 마치 서로 다른 세 극단이 내놓은 작품으로 여겨질 만큼 색다르게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연극·연기 실험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 작품이 구성됐다니 흥미롭다. 극마다 주목할 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23일에 막을 내린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에서 배우들은 구덩이 세개만 파여 있는 단출한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물·강·벽 등 공간까지도 표현해냈다. 이어 28일부터 무대에 오르게 될 「비밀경찰」은 우리나라 전통 연희집단 남사당패의 기예인 가면극, 꼭두각시 인형극 등 관객과 소통하는 마당극 형식을 도입한 작품이다. 관객과 배우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여 서로 즉각적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6월 7일부터 11일까지 상연할 「테레즈 라캥」은 영화 「박쥐」의 원작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사랑이 구원해줄 거라 믿고 내연남 로랑과 모의해 카미유를 살해했지만 피의 저주에서 헤어나지 못한 테레즈 라캥의 이야기다. 자연주의 문학을 연 이 작품은 사랑의 욕망과 살인의 공포에 휩싸인 여자의 내면과 그에 반응하는 신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했다. 연극에서는 이를 변용해 신체 동작의 분절을 통해 테레즈가 느끼는 감각의 수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드러낼 계획이다. 예컨대 카미유를 잃은 어머니 라캥 부인의 몸은 슬픔에 어떻게 반응하며 ‘어머니’의 울음은 여타의 울음과는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주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세 작품 모두 신체연기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왜 신체극에 주목하게 됐나?=우리는 신체를 배우의 감정을 실현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라 여기지 않는다. 몸짓 자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공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객들이 배우들의 감정이 표현되는 순간에 그 배우의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고 땀은 어떻게 흐르는지 주시하기를 바라며 극을 구성한다. 마치 현대 화가들이 작품에 의미를 담아 그려내기보다 질감과 선을 강조하는 것과 같다.

 ◇실험적인 장르인 신체극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우리 극단은 공연수익 전부를 다음 작품 제작비로 사용하기에 연극실험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배우와 연출자가 극본을 공부하는 ‘월요연구실’을 열어 사람들의 몸짓, 행동이 어떤 경로를 통해 나오는지 분석해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식이다. 이번 레퍼토리 전에 올라오는 작품도 월요연구실에서 시작된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이렇다보니 다들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한다. 우리는 연극인이 직업을 하나만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극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면 극단 수입에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하기에 실험적인 형식을 고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연극을 정신적 직업으로 삼고 다들 각자 다른 곳에서 생계활동을 하고 있다. 대신 일과를 마친 저녁에 외대앞역 인근 연습실에서 모여 연극인으로 다시 분한다.

 이런 체계가 자리를 잡아 극단 동은 극장 중심의 제작시스템이 주를 이루는 연극계에서 극단이 중심이 되는 제작시스템을 고수할 수 있었다. 우리 극단만의 고유한 특성은 다른 일정과 병행하면서도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머무르는 극단의 구성원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20여명에 이르는 극단원이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해 양질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극단 동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우선 이번 레퍼토리전을 마치는 대로 러시아 공연 투어를 떠난다. 이후에는 남부 시베리아 백야 축제에서 「비밀경찰」을 공연할 예정이다. 한국에 돌아오면 월요연구실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극을 선보일 것이다. 네 연출자가 몸 자체로부터 비롯된 몸짓, 물건을 조작하는 움직임 등 신체연기만으로 구성된 작품을 각자 준비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들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계속 해왔던 것들을 배우와 연출가, 관객들이 서로 소통하며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뿐이다. 극단 동은 1994년 창단됐지만 꾸준히 연극을 통해 요즘의 관객, 즉 대학생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극단 동의 이번 레퍼토리 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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