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청 인근 작은 사무실. 9월호 잡지 마감을 앞두고 사무실 내부를 동분서주하는 기자들 틈에서 2012년 학사 졸업을 앞둔 이규석씨(경영학과·05)를 만났다. 이씨는 현재 모두 커뮤니케이션(모두)에서 기자, 편집진, 마케팅팀장 등 다양한 자리를 역임하고 있다. ‘모두’는 교육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을 취지로 진로·교육잡지를 발간해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소셜벤처기업이다. 이처럼 안정된 직장이라 일컫기 어려운 신생기업에서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어떤 이유에서 모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소소한 행복을 찾는 내가 되기까지

처음부터 그가 창업을 진로로 정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규석씨는 “미래에 대해 복잡하게 고민하기가 싫어 선후배, 동기를 따라 대기업이나 경영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다”며 여느 경영대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자신의 학창시절을 그렸다. 학점관리에 필사적이었고 프레젠테이션 동아리나 토론 동아리 등 취업스펙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에 열심이었던 이씨다. 그렇지만 대외활동에 전념할수록 미래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나서도, 교환학생을 신청한 순간까지도 내가 택한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고 말했다.

무난한 학생의 길만을 걸었던 그에게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 얻은 경험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다가왔다. 2010년 가을, 스페인에 도착한 그는 노트북 어댑터를 실수로 한국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한국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한학기동안 스페인에 고립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으로부터 소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끊기자 어찌할 줄 모를 정도로 여유시간이 넘쳐났다”며 “홀로 보냈던 시간을 지난 삶을 회상하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데 투자했다”고 웃음지었다. 자신의 경험들을 되새기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풀어내며 앞으로의 삶의 계획을 가다듬었다고.

이규석씨가 생각을 거듭한 끝에 얻어낸 답은 “일상에 숨겨진 소소한 행복을 찾는 데 주목하자”였단다. 그는 “스누라이프 졸업생 라운지에 나올법한 가벼운 인생관”이라 농을 던지듯 말했지만, 이는 그가 대단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욕심보다 자질구레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영에서 눈길을 돌리자 이씨는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보다 면밀하게 살피게 됐다. 그는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자신”을 발견했고 “미래에 대한 답이 전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을 내렸다. 스페인에서 보낸 시간 이후로 이규석씨에게 더 넓은 길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와 함께하는 삶, '모두'에서 찾다 

삶의 진로를 대폭 수정한 이규석씨에게 작년 여름 모두가 찾아왔다. 모두에서 이규석씨에게 함께하자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전에도 멘토링, 인터넷 칼럼기고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봉사에 참여했던 그였다. 하지만 소셜벤처기업을 통해 교육문제와 관련된 고민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회를 찾는다는 생각은 신선하게 와 닿았다. 인터넷에 기고한 칼럼보다 잡지에 실린 기사라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이 기대감은 이씨가 ‘모두’에 발을 딛게 한 원동력이 됐다.

입사 후 그에게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합류할 당시 회사는 과도기를 겪고 있었고 저도 글만 쓰고 앉아있을 수는 없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창업 동아리에서 ‘소셜벤처’(사회적 기업)로 노선을 구체화하자 창간인력이 대거 이탈했고, 광고부족으로 작년 8, 9월은 잡지를 발간하지 못한 채 외부에서 소소한 잡일을 의뢰받아 적자를 메우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그는 “신생매체인 잡지 모두를 홍보하기 위해 학교들을 일일이 찾아다녔지만 처음 보는 잡지가 낯설다는 이유로, 혹은 상업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첫 기사는 10월호에 실리게 된다.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와 MBC ‘희망특강 파랑새’의 아트 스피치 학원 김미경 원장 인터뷰가 바로 그것이다. “신생매체는 으레 인터뷰 섭외를 거절당하기 마련인데 두분은 모두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며 고마움을 되뇌었다. 그 뒤 이규석씨는 본인의 첫 기사를 펼쳐 보여주며 주호민 작가 인터뷰 기사의 말미에 쓰인 ‘사소한 행복에 집중하라’는 구절을 짚었다. 스페인에서 얻었던 해답을 첫 인터뷰에서 다른 이의 입으로 다시 듣게 됐단다. 그는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아 울컥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차례 고비를 넘기고 모두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는 중·고생으로 이뤄진 학생기자단과 함께 일하고 트위터로 독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의 재미와 사명감을 찾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학생기자단에게서 격려의 문자메시지를 받거나 트위터를 통해 독자분들의 고민들을 들어줄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보수가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모두에 들어오기로 결정한 것을 망설인 적은 없다”고 했다.

잡지 자체를 아끼는 모두 제작진의 진심이 전달됐기 때문일까. 모두는 갓 1년차를 넘긴 현재 전국 천여 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매달 5만여부를 발행하고 있다. 그는 “모두의 사회공헌 경영모델은 각종 경진대회에서 여러 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고 자랑스레 덧붙였다.

모두의 삶에는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대외활동을 해도 졸업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던 이규석씨에게 이제는 “모두가 제자리를 잡으면 좋은 일을 하면서도 생계유지까지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글을 읽어줄 수만명의 청소년이 기다리고 있다”는 행복한 생각은 이씨가 현실에 충실하게 하는 버팀목이란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 역시 그가 찾은 소소한 행복들 중 하나다.

그는 관악의 학우들에게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길 바란다”며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을 건넸다. “마주한 적 없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당장의 소소한 행복을 미뤄두는 태도는 정답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저 조급해하며 취업과 고시에 전전긍긍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손꼽히는 사람들이 과연 학창시절부터 30년 뒤 모습을 그리며 살아왔을까요?”라며 미소짓는 이규석씨. 바로 그는 남보다 빠르게 앞서나가기 보다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삶을 차분히 즐기며 살아가기를 권한다. 그것이 그가 ‘소소한 행복’을 찾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모두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념할 것이라는 이규석씨. “오늘의 행복이 있기에 내일의 희망이 있다”는 그의 말처럼 어제의 고민이, 오늘의 행복함으로, 내일의 희망으로 그와 관악의 학우들에게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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