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폐지에 끝까지 반대하던 목포대가 지난달 29일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이로써 전국 38개 국립대가 교과부의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했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총장 직선제의 도입과 폐지=총장 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각 대학의 자치열기가 거세게 일면서 목포대를 선두로 도입됐다. 대학 내 구성원들이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총장 직선제는 총장이 대학을 대표하는 자격을 갖는 데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학원 자율화, 민주화의 상징이 돼왔다. 이후 1994년경에는 대부분의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까지 직선제로 전환해 총장 직선제는 각 대학의 민주적인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이 제도는 특히 총장의 독단적인 대학 운영을 투표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비쳤다.

그러나 교수들의 파벌 싸움과 대학재정 낭비 등 폐해도 컸다. 특히 국립대 총장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교수들에게 보직을 나눠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번 선거 과열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실제로 부산대의 경우 지난해 8월 선거비리로 총장이 사퇴하고 지난 1월에 이르러서야 김기섭 총장이 취임했다. 5월에는 전남대 19대 총장 선거 중 1,2위 후보가 불법 선거운동을 펼쳐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총장 직선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교과부 이주호 장관이 국립대 구조개혁을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할 것을 언급했고 지난 1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 확정됐다. 이후 전국의 국립대학은 지난달 말까지 직선제를 폐기하도록 권고받았다. 교과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가 교수와 교직원들의 파벌 싸움으로 인한 학내 정치화와 연구능력 저하, 공약 남발로 인한 등록금 인상, 선거 과열 및 과도한 선거비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과부 국립대학제도과 박광원 사무관은 “국립대 발전에 방해되는 총장 직선제의 여러 폐단으로 인해 직선제 폐지안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 후에도 계속되는 논란=그러나 교수를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정부의 독단적 강행에 반발하고 있어 시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함으로써 대학 혁신이 원활하게 추진돼 지역사회와의 공생을 통한 발전이 이뤄진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확정된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르면 교과부는 역량 있는 내·외부 인사가 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공모제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공시했으며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해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외부 인사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그러나 각 대학이 정할 문제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 대학 자율화를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가 직선제 폐지를 유도하기 위해 이를 없앤 대학에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 등에서 가산점을 줬으며 직선제 유지 대학은 재정 지원 대상에서 빼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하는 등 사실상 강제적인 제도 시행을 요구해 각 대학은 울며 겨자먹기로 직선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선제를 끝까지 고수하던 5개 국립대 중 4개 대학이 지난 4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한 것이 모든 대학이 직선제 폐지로 돌아서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목포대학교 교수평의회 박혁렬 의장(물리학과)은 “교과부가 해당 대학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비를 없애고 신입생 정원을 10% 감축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고 압박했다”며 “지방 국립대 총장들은 학교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교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폐지 선언을 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총장을 직·간선제 대신 공모제로 뽑는 것이 대표성을 갖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공모제를 채택할 경우 50여명의 위원들로 총장임용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을 선출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친분이 두터운 교수나 교직원들이 위원회를 독식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위원회가 대표성을 갖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위원의 25%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도록 한 조항이 상대적으로 인력풀이 좁은 지방 국립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대학교 교수평의회 강신유 의장(기계메카트로닉스공학과)은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식견과 지명도를 갖춘 인사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 외부 인사 추대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등 초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교과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전국의 국립대를 좌우하려 한다는 인식도 있다. 작년 교과부가 추진했던 국립대 법인화가 법인화 반대를 공약으로 당선된 총장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교과부가 갑작스럽게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학장 임명제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압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이다. 강신유 의장은 “교과부의 예산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립대의 현실을 악용해 교과부가 총장을 교과부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며 “대학을 정치적 논리로 재단하려는 교과부의 이같은 조치는 유감”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에 교과부는 과거 총장 직선제 방식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개선을 권고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학의 자율을 침해하지 않는 법 테두리 내에서 변화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박 사무관은 “직선제만이 대학의 자율을 지키는 방안은 아니다”라며 “총장을 선출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 역시 각 대학이 상황에 맞게 규칙을 정하도록 자율에 맡겨놓았다”고 반박했다.

교과부는 이미 직선제 폐지가 결정된 만큼 앞으로의 정책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재정지원이나 자율화 방안, 지역대학 육성방안을 통해 대학의 내실을 기하는 방안을 강구할 차례라는 것이다. 박 사무관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 등 대학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이제는 이를 토대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시점”이라며 “교과부가 정책을 통해 교육 연구의 내실화 등 대학 변화를 이뤄내면 반대하는 입장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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