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새 인문·자연계열 줄고
의약·예체능계열 늘어
취업률·충원율 중심 대학정책이
학과 구조조정 부채질

지난 12년 사이 기초학문 학과는 줄고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지난 7월 발표한 「1999년 대비 2011년 계열별 학과 현황 분석」에 따르면 인문계열에서 철학 외 53개, 자연계열에서 농업학 외 80개 학과가 감소하는 등 기초학문에 관련됐거나 취업이 어려운 학과가 통폐합되고 입학정원이 줄어들었다. 반면 의약계열, 예체능계열, 공학계열 등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학과 선호도가 높은 소위 인기학과는 3배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계열별 학과 현황에서도 의약계열 학과가 88.9%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예체능계열 학과가 64.3%로 뒤를 이었다. 취업률과 선호도가 높아 학생 모집에 유리하고 등록금이 비싼 학과를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신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학과 변화는 정부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에서 취업률과 학과 통폐합 결과를 재정 지원에 반영하므로 대학들이 기초학문 분야를 없애고 실용 중심 학과를 늘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7개 학과(부)로 통폐합하기도 했다. 원광대 역시 2013학년도부터 6개 학과를 폐지하고, 5개 학과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변화를 반영한 학과 변동이 자연스럽다는 인식도 있지만 취업 위주의 대학 재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기초학문의 감소 현상은 대학이 그 본래 가치와 역할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가 시급히 정책 방향을 바꿔 폐해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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