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대학의 자화상
초일류대학의 자화상
  • 노상균 편집장
  • 승인 2012.09.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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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순위 도약 집착하는
승리지상주의 서울대
정작 구성원들에게도 외면받아
학문 발전 수단 아닌 목적돼야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 순위(5위), 역대 최다 금메달 획득(2008 베이징 올림픽과 동률, 13개). 2012 런던 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그런데 일부 국가나 언론이 메달 합계로 순위를 매기면서 우리의 종합 순위가 내려가는 경우가 발생하자 우리 언론들은 앞 다퉈 대부분의 국가가 금메달 개수로 순위를 매긴다고 방어했다.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방송에는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주목을 받는다. 이는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된 엘리트 체육이 국가 전체의 스포츠 수준을 나타내는 생활체육의 활성화보다 우선시되는 우리나라 체육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처럼 세계 순위, 세계 최고에 집착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서울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대는 초일류 대학으로의 도약을 외치며 세계대학순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세계대학순위 평가 기관인 영국의 QS에 따르면 서울대는 2005년 처음으로 세계대학순위 100위 안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세계 5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만 배출하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을 기세다.

그러나 세계대학순위 평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서울대에 대한 평가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세계대학순위 평가 기관으로는 영국의 일간지 Times, 중국학술과학원 (상하이 교통대와 공동 평가), 영국의 비영리 기관 QS 등이 있는데 QS만이 서울대를 세계 50위권으로 평가할 뿐 나머지 두 기관은 서울대를 100위권 밖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QS의 주관적인 평가 항목 때문에 여러 국가와 대학에서는 QS의 세계대학순위보다는 Times와 중국학술과학원의 세계대학순위를 더 신뢰하는 추세이지만 유독 우리나라 주요 언론과 서울대는 순위를 높게 매긴 QS 평가만을 맹신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서울대 구성원들은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본부는 세계 50위의 성적을 매년 보도자료까지 내가며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처지는 세계 50위 대학의 자부심과는 거리가 멀다. 학부생, 석사 학위자들은 너도나도 외국 대학으로 나가려고 하고, 서울대의 신규 임용 교수들 중에는 외국의 대학원 박사 출신이 더 많다. 이렇듯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서울대가 정작 구성원들에게는 외면받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서울대는 글로벌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를 시작하는 정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지금껏 서울대는 세계대학순위의 주요 평가 요소인 국제화 지수를 올리기 위해 외국인 교수와 정원외로 선발할 수 있는 외국인 학생수만 적극적으로 늘려 왔을 뿐이다. 그렇게 받아들인 외국인 구성원들은 스스로 적응하도록 방치되며 서울대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어 능력 5급이라는 자격 기준을 통과해 합격한 외국인 학생들은 영어 수업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학점을 채우기도 곤란하다.

또한 연구중심대학의 주역이 돼야 할 대학원생들의 현재 상황과 그들의 미래 역시 불안하기만 하다. 뒤늦게 서울대가 법인 전환과 함께 대학원 육성을 위해 해외 석학을 초빙하고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선택한 길이라는 이유로 학비 감면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연구실에서는 지도교수의 연구를 위해 적은 보상을 받으며 자신만의 연구를 진행하는 데 시간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대 폐지,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등의 정책이 논란을 빚을 때 많은 국민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서울대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많은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국민들의 서울대에 대한 인식과 기대와 달리 현재 서울대의 경쟁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다. 서울대 박사 학위를 받아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자신의 앞날을 걱정해야만 하는 대학원생들의 상황 역시 초일류 대학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대학순위 상승,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과연 서울대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학은 학문의 발전을 고민하는 곳이고 그 과정 속에서 이뤄낸 발전이 자연스럽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곳이 아닌가. 세계대학순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학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것이지 올림픽 메달만을 목적으로 육성되는 ‘엘리트 체육’이 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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