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포털 사이트들과는 달리 국내 포털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도저히 클릭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온갖 선정적인 키워드들이 한데 모여 있는데,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낚시질’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유혹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검색 순위에 올라온 키워드만 보고 내용을 짐작하다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 논란이 되고 있는 ‘안철수 룸살롱’과 ‘박근혜 콘돔’ 같은 경우도 그러했다. 평소 습관대로 검색어만 훑어보다가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구나’라고 지레 짐작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포털의 인기 검색어라는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것인지 이번 일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포털 측의 대응 방식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원래 ‘룸살롱’은 청소년 유해 단어로 지정되어 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고서는 검색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사가 쓰였다는 이유만으로 ‘안철수 룸살롱’은 예외적으로 성인 인증을 해제했다는 해명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된 논란에서 벗어나 보겠다고 또 다른 예외 사례로 든 것이 ‘박근혜 콘돔’이라니, 발상의 전환이 그저 놀라운 뿐이다.

어쨌거나 이 포털은 ‘박근혜 콘돔’으로 대한민국의 누리꾼들을 확실하게 낚았다. ‘박근혜 콘돔’은 ‘안철수 룸살롱’을 누르고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안철수 룸살롱’이 검색 순위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한동안 홀로 순위권을 맴돌았다. 이 사건 이후 해당 포털 측에서는 아무리 사회적 관심이 높다고 해도 청소년 유해 단어가 포함된 경우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단어를 배제한다고 청소년들이 ‘유해한’ 인터넷 환경으로부터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콘돔’이 어떤 이유에서 청소년 유해 단어로 선정되었는지 그 기준이 궁금하다. 실제로 국내의 모든 포털들이 ‘콘돔’의 검색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콘돔’의 검색을 제한할지 말지에 대한 포털 나름의 청소년 보호 원칙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만일 그렇다면 검색했을 때 ‘교회오빠 임신’, ‘교회 수련회 성폭행’, ‘교회오빠의 이중생활’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함께 뜨는 ‘교회 오빠’도 청소년 유해 단어 리스트에 추가돼야 하는 게 아닐까. ‘교회 오빠’를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러한 의견에 동조할 수 있으리라. 그 외에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당신의 상상에 맡긴다. 그런 점에서 포털은 ‘낚시질’에만 신경 쓰지 말고 그 많은 ‘유해’ 단어들로부터 우리의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안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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