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201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및 학자금대출제한대학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제1차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에 이어 두번째로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대학신문』 2011년 9월 19일자). 그러나 작년에 제기됐던 여러 우려들이 이번에도 현실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실대학'에 대한 경고장

올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곳은 전체 337개 대학(4년제 198곳·전문대 139곳) 가운데 국민대·세종대를 포함한 4년제 대학 23곳과 전문대 20곳이다. 이번 평가에는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록금 부담 완화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과 같은 지표가 사용됐다. 이들 대학은 지원받고 있는 정부 사업에서 지원금 회수 또는 중단 조치를 받을 수 있으며 재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사업(소득 7분위 이하의 학생 중 성적기준을 충족하는 이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중 부실 정도가 심한 17개교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지정돼 정부의 등록금 경감 정책에서도 제한을 받게 된다.

한편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 대상 43개 대학 가운데 상명대·원광대·목원대·대전대 등 22곳은 올해부터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13개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으며 지난해 하위 30%에 지정된 학교들의 상당수가 올해 하위 15% 명단에 새로이 포함됐다.

삽화: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평가지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대학 평가의 근거 자료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공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는 정부 지침에 대해 각 대학이 공시자료를 자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지난 4일(화) 여러 대학들이 취업률 수치를 허위 공시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각 대학이 지난해 공시한 취업통계자료를 감사해 총 29개 대학에서 45건의 취업률 허위 공시를 적발했으며 이 중 동국대(경주)·서정대·장안대·대경대 등 4개교는 하위 15% 해당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했다. 이들 대학들은 허위취업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학과가 5개 이상이거나 허위취업자 수가 50명 이상인 학교로, 일부 대학들은 회사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서류상 취업한 것처럼 꾸며 인건비나 건강보험료를 대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체능 계열의 학과가 많은 대학들이 취업률 지표에서 겪는 불이익도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지난해 추계예술대·관동대 등은 다른 대학들과 함께 일률적인 취업률 평가에 포함되는 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예체능 계열의 학과들은 학과 특성상 프리랜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교과부는 예체능 계열의 비중이 높은 대학들이 평가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평가제외 신청’ 조항을 만들어 2013학년도 평가결과에 반영했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홍민식 과장은 이를 “일반 학과와 다른 예체능계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하려고 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가제외 신청을 하려면 정원의 50% 이상이 예체능계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일부 종합대학은 불이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국민대나 세종대 등 다른 대학보다 예체능계의 비중이 높은 종합대학들은 예체능계가 정원의 50% 이상”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취업률 지표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에 포함돼야만 했다. 세종대 기획과 이수열 과장은 “정부는 올해 평가에서 남녀 취업률이 차이나는 점을 감안해 성별 취업률을 따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여학생이 많은 학교의 불이익을 없앴다”며 “이런 방식을 도입해 예체능 계열의 취업률을 다른 계열의 취업률로부터 분리해 평가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학구조조정이 대학 교육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전망에 기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의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대학에 대해 일률적인 평가를 한 후 단순히 퇴출시키는 식의 구조조정은 문제”라며 “지역별 학령인구 감소분을 신중히 예측해 종합적인 대안을 내리지 않으면 지역 사회 쇠퇴 등의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실대학 지정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학술 4단체도 지난 6일 성명을 발표해 “부실대학 지정으로 인한 피해는 1차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없이 이뤄진 이같은 정책이야말로 부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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