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동 택지개발지구 철거촌 폭력사태

▲ © 삽화: 강동환 기자

지난 8일(토) 고양시 풍동 택지개발지구 철거 과정에서 용역반 인부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002년부터 대한주택공사는 택지개발을 위해 풍동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촌 세입자들은 입주가능한 임대아파트와 공사기간 중 가수용시설 건설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안은 수용되지 않았고 주거권을 확보하지 못한 11세대가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철거 지역에 남은 한 빌라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주택공사는 용역업체를 투입해 지난 8일 새벽부터 3차 철거를 시도했다. 용역반원들은 철거 과정에서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으며, 철거민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폭행하는 등 폭력을 휘둘러 이날 저녁 뒤늦게 개입한 경찰들에게 체포됐다.

철거 과정에서 이러한 폭력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은 ▲실효성 없는 이주대책으로 인한 철거촌 주민들의 반발 ▲사력구제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용역업체의 폭력적 개입 ▲이에 대한 공권력의 소극적 제지 ▲실질적 중재기구의 부재 등이다.
민법의 일반원칙에 의하면 재산권 등의 권리가 침해될 때는 국가에 의한 공력구제를 원칙으로 하며, 개인에 의한 사력구제는 정당방위 등 예외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철거 등 강제집행 과정에서 공공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설용역업체가 대행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과정에서 자주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김형신씨(법학과ㆍ박사과정)는 “사력구제금지는 원칙일 뿐 조문으로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행을 제지할 만한 근거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용역업체의 폭력이 묵인되는 현실에 대해 “행정상 강제집행 과정에서 당장 거리로 나앉게 된 철거민들 역시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역업체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산경찰서와 고양시청 등 폭력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공공기관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것도 문제다. ‘전국철거민연대’ 연대사업국장 장석원씨는 “개발지역은 인권의 사각지대”라며 “지난 8일 폭력사태 당시에도 경찰들이 현장에 있었지만 용역반원들이 철거민들을 폭행하는 것을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산경찰서 정보과 이남용 경사는 “철거민과 철거하는 측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감시를 하긴 하지만, 영장을 받아서 행하는 적법한 절차이기 때문에 집행을 방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개발지구의 세입자 등 소유권이 없는 사람들과 강제집행을 하는 업체 혹은 공공기관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실질적인 중재기구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택공사 측은 기관ㆍ제도의 잘못으로 인해 침해된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있으며, 철거민 측에서 신고해 위원회가 시정권고를 할 시에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법 상 불법 점거를 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점거 상태에서 법적인 중재를 요청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장석원씨는“주거권에 대한 법적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기관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있던 용역반들의 폭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적극적인 제도적 해결 노력이 없는 한 상도동에서 청계천, 풍동에 이르기까지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 외에도 앞으로 강제집행을 둘러싼 폭력 사태는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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