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슬픔』, 『21세기 미국의 거버넌스』, 『제국의 선택』

▲ © 그래픽: 강정호 기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로 등장해 미사일 방위체계의 구축을 강행하고, 핵실험 금지조약과 교토 기후협약을 거부 하는 등 거의 모든 국내적으로 제국주의적 면모를 보여왔다. 미국 스스로는 부정해왔던 ‘미 제국주의’는 9[]11테러 이후 제국으로서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제국의 슬픔』, 『21세기 미국의 거버넌스』, 『제국의 선택』은 현재 미국의 제국주의적 면모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제국의 위상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9ㆍ11 이후 미 제국주의  적극적 형태로 드러나

 

『제국의 슬픔』의 저자 찰머스 존슨은 한국전쟁 당시 해군 장교로 복무한 이후 정치학을 전공한 비판적 지성인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학자’로서의 비판적 목소리와 함께 ‘애국자’로서의 절박한 목소리를 높인다. 존슨은 “미국이 ‘군사적 세계 지배’의 역할을 맡으면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며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4가지 슬픔’이 미국에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항구적인 전쟁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무력으로 당장의 테러를 진압하더라도 계속해서 대미 테러는 일어날 것이며, 약소국들은 거대 제국주의에 맞서기 위해 대량 살상 무기에 더욱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특수부대’를 사병으로 거느린 ‘펜타곤화 된 대통령’이 의회를 무력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것이며, 전쟁과 대규모 군대에 대한 찬양이 미국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국이 경제자원을 점점 거대해지는 군사력에 쏟음으로써 국민들의 교육과 보건은 무시되고 결국 경제적으로 파산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현 정권은 미국의 고립 자초미국은 변화해야

 

 

존슨이 『제국의 슬픔』에서 여타 국가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미국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브레진스키는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바탕으로 현 정권에 대해 비판한다. 그는 『제국의 선택』에서 “미국은 지금 ‘산 위의 요새’로 전 지구적 증오 속에 고립될 것이냐, 인류의 진보라는 빛을 전 세계에 비추는 ‘산 위의 도시’가 될 것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존슨의 『제국의 슬픔』과 유사한 맥락에서 “힘과 무력은 새로운 증오를 만들 뿐 적들을 예방하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미국이 궁극적으로 생명과 자유를 보호하려면 다른 나라의 인권이나 국익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반미주의자들을 ‘물질적으로는 약하지만 광적인 동기로 가득 찬 적’들로 규정하고,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하며 대중들이 미국의 전지구적 국제 안보 책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익’을 바탕으로 현 정권에 대안을 제시한 브레진스키에 대해 백창재 교수(정치학과)는 현대 미국이 당면한 공공문제를 논의하고자 한 논문집 『21세기 미국의 거버넌스』 중 「미국 외교정책의 일방주의의 기반」에서 “미국의 국익에 대한 강조는 미국 외교정책의 일방주의적 성격을 강화시킨다”고 말한다. 동맹국들까지 우려하는 가운데, 국제적 합의 과정에서 ‘미국 예외주의’를 강요하는 미국의 일방주의는 ‘고독한’ 초강대국의 신세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9ㆍ11이 또 다시 일어나도 세계는 미국을 위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국의 슬픔』의 주장은 『제국의 선택』과 『21세기 미국의 거버넌스』에서도 동일하다. 미국은 자신을 위해서든, 전 세계를 위해서든 생존하기 위해 변화해야하며 그것은 전 세계 국가와의 공존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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