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국가에 접속
행동경제학, 국가에 접속
  • 대학신문
  • 승인 2012.09.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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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동경제학은 개별 경제주체의 행동심리를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정책 비판 및 입안에 응용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가 행정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한다. 주류경제학자들이 설명하는 합리성에 어긋나는 행동 특성을 비합리성이라 본다면 행동경제학자들은 행동경제학이 국민들의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행동양식을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연구에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민들의 행동이 편향된다는 점인데 이는 인간의 비합리성이 규칙적이라는 의미로 어느 정도 그 비합리적 태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면 이를 이용해 정부는 좀 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입안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경제학이 정책응용에 활용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현재 실행되고 있는 정책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행동경제학적으로 분석해 현 정책의 실효성을 측정한다. 이는 현 정책 중 국민들의 행동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는 정책들을 비판하는 데 유용하다.

이와 관련된 예로는 정부가 국민들이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한 ‘최소결제금액’을 들 수 있다. ‘최소결제금액’은 한 달 동안 쓴 신용카드 대금을 지불할 때 최소한 전액의 10% 정도를 지불하게 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대금 전액을 결제하지 못하면 카드빚 전액에 이자가 붙기 때문에 연체된 대금을 갚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최소결제금액을 설정해 이자가 붙는 연체대금을 줄이도록 했다. 그러나 몇몇 실험은 이 제도가 오히려 카드빚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사람들은 휴리스틱 중 하나인 ‘기준점 설정 및 조정’에 근거해 최소결제금액에 무의식적으로 기준점을 설정해 전액을 갚으려던 사람도 최소결제금액과 비슷한 금액을 갚게 된다. 최소결제금액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전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데 갚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을 일으켜 이 최소결제금액만을 갚으려고 하게 돼 국민 전체의 카드빚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행동경제학의 이론은 이처럼 인간의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가 경제활동에서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현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두번째로 행동경제학자들은 국가 정책 입안에도 행동경제학의 이론이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문제 제시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프레임 이론’을 언급한다. 정책 입안 시 가장 중요한 변수중 하나는 여론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게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덴마크와 오스트리아의 장기 기증율을 들 수 있다. 두 나라는 모두 장기기증 의사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덴마크에서는 기본적으로 장기기증을 하지 않지만 희망자에 한해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서류를 작성한 뒤 장기기증을 할 수 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일단 장기기증은 모두 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정말로 원하지 않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서류작성을 통해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나라는 장기기증의 선택 여부가 개인에게 주어져 있지만 결과적으로 두 나라의 장기기증 비율은 덴마크가 4.25%, 오스트리아가 99.98%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선택상황에서 기존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둔감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즉 장기기증을 ‘신청’해야 하는 덴마크에서는 그 서류작성을 하는 노력이 귀찮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미 하기로 돼있는 장기기증을 ‘애써’ 서류작성까지 하면서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당위성만을 강조하기보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활용해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론적 계산 결과로 나온 정책은 국민들에게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그러한 정책에 기울인 노력이 정작 만들어져야 할 정책에 쓰이지 못한다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은 이제 인간의 개별적 비합리성이 모든 인간에게 규칙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경제규제나 정책입안 등 거시적인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이는 이론적 완벽함이 아닌 현실적 유용성을 고려한 국가 정책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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