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만인예술가전」

‘전시회’라는 단어를 들으면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숙히 관람해야 하는 우아한 갤러리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전시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 모두가 예술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만인예술가전」이 장충동 갤러리 타작마당(옛 무하재)과 서린동 갤러리 아트센터 나비에서 지난 4일(화)부터 다음달 6일(토)까지 이어진다.

「만인예술가전」은 작품 제작 과정에 있어 일반인의 참여 제한을 두지 않아 전시회 출품 작가 수가 무려 천명에 달한다. 수많은 작가의 수처럼 전시작의 주제 또한 다양한 범위를 아우른다. 전시는 사회, 경제, 환경 등의 다양한 이슈를 관객이 참여해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작품들로 주로 구성돼있다. 출품된 작품들은 4대강 사업,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개발과 환경보전 간의 관계를 그려 이를 관람객과 나누기도 하고, 왕따 문제, 제3세계의 식량부족 등의 사회적인 사안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책 나눔 운동, 아동복 나눔 운동 등 소유보다는 공유를 꾀한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사진 제공: 갤러리 타작마당


변지훈의 「진열대」①는 관람객이 참여해야 완성되는 여러 작품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빈 공터에 우뚝 서 있는 육중한 작품은 외관상 과자들이 놓여 있는 대형마트의 진열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외관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진열대를 넘어뜨리는 행위로 완성된다. 관람객이 작품에 직접 손을 대며 힘차게 밀면 진열대는 ‘쿵’ 소리가 나며 뒤로 넘어진다. 이 작품에서 진열대는 견고한 우리 세계의 축소판을 의미한다. 관객은 평소에 감히 넘어뜨릴 수 없는 진열대를 손수 넘어뜨리며 자신의 세계와 고정관념을 동시에 해체하는 신선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사진 제공: 갤러리 타작마당

한편 예술가 집단 스튜디오 요그의 「산책가」②는 시각 장애아동의 상상력이 빚어낸 따뜻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시각 장애아동 황영광군이 병원에 입원한 누나와 함께 산책하기 위해 가상으로 만든 여정이 담겨 있다. 작품은 영광군이 직접 만든 입체 지도와 그가 느낀 감정들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으로 이뤄져있다. 관객은 입체 지도를 직접 만져보며 황영광군이 걷고자 한 길을 느끼고,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며 그의 생각까지 이해할 수 있다. 시각에 가려졌던 촉각, 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느끼며 새로운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 주최측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모두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에 대한 고민과 남들과 다른 조그만 시선이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강수현 큐레이터는 “예술이 위대한 천재만 하는 영역으로 조명되는 기존의 인식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의 사고를 넓혀 주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