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했던 대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정에 돌아올 채비를 갖추었다. 대통령 부재라는 지난 두 달의 비정상적 정치상황, 길게는 與小와 불안정한 대통령의 언행으로 인해 노 대통령 집권 이후 줄곧 이어졌던 혼란이 일단락 지어졌다. 이제는 강력해진 여당의 힘을 받으며 정부가 본격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발표문과 노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면서 마음이 흔쾌히 놓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작을 주도할 대통령이 국민들이 혼란을 감수하는 동안 그다지 새로워지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을 자극하는 언행과 승부사적 기질, 극적인 처리방식을 고치고, 우리가 애초에 노 대통령을 선택했을 때 바랐던 바와 같이 정치, 경제, 사회 개혁을 강력하고 차분하게 추진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헌재의 판단은 다음의 세가지 점으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그 정도가 탄핵까지 갈만큼 중대하지는 않지만 노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점이 있다는 것과, 국회의 탄핵소추는 적법한 절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둘째 이러한 ‘중대성’의 판단에 따라 탄핵을 기각했지만, 다른 한편 대통령이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적절히 행동할 것에 대한 엄격한 경고를 하고 있다. 셋째 측근비리와 경제파탄 등에 대해서는 탄핵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서 앞으로 정부에서 적절히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겨놓은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응은 헌재의 판단에 꼭 합치하지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국정 혼란을 가져온 데 대해 사과하고 화합의 정치, 경제회복, 정부혁신, 시장개혁 등, 앞으로 펼칠 정책에 대해 의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신의 법 위반 사항과 앞으로 준법의 결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혼란에 대한 사과 뿐 아니라 준법에 대한 결심도 밝혀야


 

 

구체적인 법 위반 문제가, 사실상 심각한 경제문제나 정치비리라는 보다 큰 빙산의 머릿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큰 문제들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대국민 담화의 주내용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우리는 노 대통령의 그러한 의욕을 환영하고, 속속 구체적인 정책안이 제시될 것과 그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을 결국 탄핵소추의 결정으로 결집시킨 직접적 이유였으며,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승리 후, 탄핵의 정치적 해법으로 제시된 것도 대통령의 법 위반에 대한 사죄였다고 본다면, “탄핵에 이르는 사유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으로 이 점을 무마한 것은 아무래도 결국은 대통령의 기본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키게 한다. 그렇다면 이제 여러 분야에서 닥칠 한나라당, 민노당과의 정책대립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거대 여당이 오히려 브레이크 역할의 부재 결과를 나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한 야당을 심판한 국민, 법적ㆍ정치적인 신중한 고려와 고민을 국민에게 보여준 헌재, 두 달의 대통령 공백을 문제없이 이끈 안정된 시스템, 탄핵소추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야당, 이 과정에서 국민의 신임을 확인한 여당…. 모든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번 탄핵의 과정들은 우리 사회를 또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이제 또 다시 혼란의 연습을 할 필요없이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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