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조건, 생활의 불안정, 고용불안, 낮은 조직율 등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정노동자가 노동자 계급의 다수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3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831만2천명으로 경제활동인구 1,706만5천명의 48.7%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세사업장 근로자, 일시적 실업자등을 고려한다면 불안정노동자의 수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뛰어넘는다. 지난 5월 OECD가 ‘6개월 이하 단기고용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고용안정성 지수를 발표한 자료에서도 한국은 그 비율이 25.8%로 전체 36개 국가 중 꼴지를 기록했다. 해고와 이직이 자유롭다고 알려진 미국(11.38%, 27위)보다도 두 배 이상 높으며 멕시코(18.02%), 터키(22.67%)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불안정노동의 확산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에 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민사회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4(목)-15일 양일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불안정노동자 정치대회’가 대표적이다. 이번 행사는 철폐연대가 불안정노동자 투쟁과 함께 한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불안정 노동자 권리선언’ 토론회와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화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14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이후 노동운동의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는 △불안정노동자 조직화・주체화의 의미와 과제 △광범위한 권리 주체를 세우기 위한 방안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과 정치운동의 만남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발제와 논의로 진행됐다. 하루 종일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비없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의 단체가 참석해 불안정노동 철폐 운동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큰 논의주제는 조직률이 낮은 불안정노동자를 노동조합이 포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기업단위의 협상에 머무름으로써 기업 내부의 연대와 단결이 사업장 외부의 단결로 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주로 이뤄졌다. 철폐연대 김철식 정책위원장은 “개별 노동 현장에는 하청기업에 대한 수탈, 최저임금 현실화 문제 등의 제도적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혀있다”고 지적하며 “개별사업장을 넘어서는 지역 조직화를 통해 지역단위의 의제를 형성하고 기존 산별노조의 한계도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오상훈 조직국장 역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그 과정이 계급 대표성의 복원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동운동을 정치적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비없세 네트워크 황철우 집행위원은 “지난 총선 모든 정당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총선 이후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비판하며 “주체의 노력, 대중 참여, 직접행동을 통한 정치적 투쟁으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철폐연대 김선아 집행위원은 “노동자 국회의원을 제도 정치권에 올리는 것으로 한정돼 노동자정치가 왜곡됐다”며 “투쟁과 정치의 분리를 뛰어넘어 스스로가 노동과 정치의 주체임을 선언할 때 불안정노동의 문제가 근본적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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