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개선, 자료 확충에 대한 기대 높아… 구성원의 학술연구 지원 서비스도 강화돼야

먼 일로 여겨졌던 중앙도서관(중도) 신축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월 기금 모금으로 시작된 중도 신축 사업은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종환 前 이사장이 600억원을 쾌척하며 급물살을 탔다. 현재 중도는 학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2중도 시안을 검토 중이며 곧 확정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대학신문』은 제2중도 신축을 맞아 중도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캠퍼스 중심에 자리한 지금의 중도 건물은 관악캠퍼스 이전 당시인 1974년 처음으로 건립돼 이후 학생과 교수의 학문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지식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40년의 세월을 증명하듯 그 기반시설은 상당히 낙후된 상태다. 중도가 지난 학기에 실시한 설문 ‘서울대 신축 도서관에 바란다’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도 시설에 대한 것이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총 633건의 의견 중 322건이 ‘열람실 증설해주세요’, ‘냉·난방 잘 됐으면 좋겠어요’ 등의 시설과 관련된 건의였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낙후된 기반시설, 탈바꿈할까

최근 지어진 타 대학 도서관과 비교했을 때 시설 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8년 연세·삼성학술정보관을 신축한 연세대의 경우 총 7,379석의 열람실 좌석을 갖추고 있는 반면 중도의 좌석 수는 3,354석에 불과하다. 공동학습실 역시 연세대 32개, 고려대 28개에 비해 중도는 13개만을 보유하고 있다. 중도는 이번 신축을 통해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보관리과 김성자 과장은 “신축 중도에는 50개가 넘는 공동학습실을 비롯해 첨단 시설을 구축한 세미나실, 서고 내 독서대 등이 자리할 예정”이라며 “연구·학습의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용자 맞춤형 도서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신축 중도가 ‘지식의 보고’ 역할에 충실하려면 시설 개선과 더불어 자료도 확충해야 한다. 현재 서울대 도서관의 장서 수는 443만여권으로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지만 ARL(북미연구도서관협회) 소속 대학과 비교하면 평균 장서 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버드대(1,655만7천여권), 버클리대(1,102만6천여권), 동경대(903만4천여권) 등 외국 주요 대학의 장서 현황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자료 확충, 예산이 걸림돌

이같은 격차의 원인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자료구입 예산이 지적되고 있다. 2012년 중도의 자료구입 예산은 ARL 최하위권 대학과 비슷한 수준인 81억원이다. 중앙도서관장 박지향 교수(서양사학과)는 “e-저널, 단행본 등의 원가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지만 배정받는 예산은 매년 비슷하다”며 “실제로는 예산이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술정보개발팀 신승철 팀장도 “세계 유수 대학 도서관 자료구입비의 중간 수준이라도 갖춰야 구성원이 원하는 장서를 최대한 구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과제, 디지털 정보화

정보화 시대의 중도는 학술자료의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과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중도는 현재 도서관 소장자료와 학내 주요기관의 학술자료를 디지털화해 웹으로 원문 및 VOD자료를 제공하는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도서관팀 이재원 팀장은 “창출된 지식을 빨리 입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시간이 관건인 시대”라고 진단하며 “전자도서관은 자료에 대한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해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에서 생산되는 지적 생산물을 수집해 공유하는 웹페이지 ‘S-space’는 서울대만의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 논문 인용수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도서관의 향후 과제는 외국 저널, 연구소 등으로 분산된 서울대 생산 자료를 웹이라는 단일경로로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 팀장은 “학내 간행물 외에도 연구소 학술자료 등 서울대가 저작권을 보유한 모든 자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구자의 연구를 직접적으로 돕는 학술지원도 점차 강조되고 있는 중도의 기능이다. 대출, 반납 등이 디지털 기기로 자동화되면서 사서 업무는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로 변하고 있다. 중도도 2007년 학과전담연구지원실을 신설하고 연구자료 안내, 선행연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한해 연구지원 신청 건수는 762건으로 해당 서비스가 모든 교수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용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학술연구지원팀 홍순영 팀장은 “신축을 계기로 보다 많은 학내 구성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대학의 연구 경쟁력에 기여하겠다”며 홍보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날로 중요해지는 학술지원 기능

학술지원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 증가와 함께 사서의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장기적 과제다. 외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주제전문사서제’를 통해 안정적인 연구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일대는 145개 학문 분야를 60명의 주제전문 사서가 담당하는데 이들은 문헌정보학 석사학위뿐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주제 분야 학문의 박사학위를 가진 주제전문사서를 두고 있으며 이들은 대학도서관 내에서 가장 높은 직급을 맡는다. 외국의 이런 상황과는 달리 서울대 중도 학술지원팀의 사서는 8명에 그치고 있으며 자연과학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는 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임종태 교수(화학부)는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진행하는 연구 활동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연구지원 서비스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지닌 분관 육성해야

세계 대학의 도서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도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몇몇 전문가들은 중도에 자원이 집중된 현 체제로부터 나아가 전문적인 학술 정보를 제공하는 분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대는 사회대 도서관, 법대 도서관 등 7개의 분관을 두고 있지만 총 장서수 73만여권, 사서수 21명 정도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또 중도와 분관 간의 상호대차 시스템이 부재해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반면 외국 우수 대학의 경우 중도 규모의 여러 도서관과 특화된 전문 도서관을 동시에 두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와이드너 도서관을 비롯한 11개의 주요 도서관과 함께 단과대,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90여개의 특화 도서관을 운영하며 도서관간의 상호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국대학도서관연합 곽동철 회장은 “신축을 통해 세계 일류 도서관이라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은 중도를 건립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특정 학문 분야를 전문화한 분관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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