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교육과학기술부, 2단계 BK21 사업 최종보고서 발표

내년 2월 2단계 BK21 사업(BK21) 종료를 앞두고 지난 5일(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연구재단)이 BK21의 지원을 받아온 사업단들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했다. BK21은 세계 수준의 대학원과 지역우수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진행된 교과부의 연구 지원 사업으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1단계 사업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2단계 사업이 진행됐다.


2단계 BK21 현황

2단계 BK21은 2006년 74개 대학 569개 사업단(팀)으로 시작해 매년 평가를 거쳐 현재는 65개 대학 500개 사업단에 대해 예산 지원이 이뤄져왔다. 이번에 진행된 평가는 △교육 △연구 △대학원 특성화 △산학협력 등 분야별로 평가등급(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을 매겨 사업단에 대한 종합평가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총 500개 사업단 중 494개 사업단이 보통 이상의 등급을 받아 전반적으로 사업성과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2단계 BK21 기간인 2006년에서 2012년에 이르기까지 참여교수, 신진연구자, 참여대학원생의 과학기술분야 SCI(E)급 논문 수가 각각 15.7%, 38.1%, 6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학기술분야 참여교수, 참여대학원생, 신진연구인력(박사후연구원, BK조교수)의 발표논문 1건당 인용지수는 사업기간 중 각각 37.3%, 42.8%,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의 취업률도 91%로, 같은 기간 전체 대학원생의 취업률 78%에 비해 우수하게 나타났다. 사업단의 특허 등록 건수와 기술료 수입 역시 각각 40%와 134.5% 증가해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교내 BK21에 대한 평가

 

현재 서울대에 등록돼있는 BK21 사업단은 총 39개로 △과학기술관련 사업단에 응용과학분야 10팀, 기초과학분야 5팀 △인문사회 사업단에 인문사회 7팀, 디자인 영상 1팀 △핵심사업팀에 핵심 인문사회 분야 6팀, 핵심 과학 분야 6팀이 있다.

이번 종합평가에서 서울대 내의 사업단은 총 5개 사업단이 우수 사업단(팀) 및 우수 참여인력 포상 대상이 돼 교과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성노현 연구처장은 “BK21은 40여개의 사업단이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연구실적과 업적이 올라가는 등 각 연구 사업단에 큰 영향을 줬다”며 “BK21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연구역량이 많이 향상됐다”고 BK21의 의미를 설명했다.

서울대 내 각 사업단의 BK21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BK21이 실질적으로 사업단 내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과 같은 학문후속세대에 지원 프로그램인 만큼 사업단 내 연구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서울대 역량기반교육혁신연구사업단 단장 김동일 교수(교육학과)는 “BK21은 학생들이 연구하는 동안 따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해 비교적 기초학문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긍정적 의견을 표했다. 또한 BK21은 연구비 지원뿐만 아니라 교내 대학원생들의 해외 학술 발표 참여, 외국 교수 초빙 등 연구의 질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하종규 교수(농생명공학부)는 “BK21이 학문후속세대 지원 프로그램인 만큼 대학원생들의 해외 방문 프로그램과 같이 대학원생들이 기존에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할 수 없었던 활동을 해볼 수 있게 됐다”고 BK21의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BK21은 사업단에 대한 평가 기준이 사업단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돼왔다. 현재 BK21 사업단은 정성적 평가와 정량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정성적 평가가 사업단 내부의 사업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본다면 정량적 평가는 연구 논문의 수와 해당 인용지수를 통해 성과를 평가한다. BK21은 두 가지 평가 중 다소 정량적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차평가 시 연구업적이 논문의 수에 의해 평가되는 항목이 있기 때문에 각 사업단에서 나오는 논문의 수는 늘어났지만 그 질의 향상은 미흡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영전문사업단 단장 최혁 교수(경영학과)는 “학문적 업적은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한데도 정부가 행정의 편의성만 강조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정부의 일률적 평가 방식을 비판했다. 이만기 교수(서어서문학과) 역시 “평가 기준에 논문 업적 보다 학생들의 해외 학술 발표와 같은 학술활동에 대해 더 많은 평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정성적 평가의 확대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BK21 사업, 그 이후는

한편 연구재단은 BK21의 후속사업을 계획 중이라며 후속 사업의 사업단 선발 등은 BK21과는 완벽히 별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재단 BK21지원팀 정세황 팀장은 “후속 사업은 사업단을 규모에 따라 3개의 분류로 나누고, 내년 8월에 종료되는 WCU 프로그램(WCU)과 통합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대학원생들은 BK21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WCU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교수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BK21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 69.8%, WCU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 60.3%(중단 25.1%, 대체 35.2%)였다(『대학신문』 2012년 03월 25일자). 한 사업단의 단장은 “BK21 사업이 운영의 자율성 확보에서는 조금 미흡했지만 후속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속 사업을 통해 이런 부분을 개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업단 단장은 “BK21 사업은 소정의 성과가 있었지만 WCU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외국 학자들을 수십억씩 들여서 초빙한다고 해도 연구의 질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외국 학자들이 결국 연구의 본질적인 부분을 알려줄 수는 없다”며 “WCU 사업은 추후 진행할 사업에서 빠졌으면 좋겠다”고 후속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BK21 후속사업은 BK21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연구단 단장은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몇몇 주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현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교과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저명한 학자들이기에 대형 연구 위주로만 예산안이 편성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부터 추진하기로 계획된 후속 사업에서 선발할 사업단의 수는 약 350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2차 BK21 사업의 500여개 사업단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새롭게 진행될 BK21 후속사업이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기보다는 큰 규모에서도 연구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의 연구’만을 더욱 장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또다른 한 교수는 “국책사업으로 예산을 쏟아 부으면 특정 분야에 대해 비슷한 논문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특정 연구에만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정책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선 연구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들에 대해 교과부나 한국연구재단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세황 팀장은 “이미 공청회를 거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며 “최종적인 안은 올해 말 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연 올해 말에 발표될 BK21과 WCU 통합 사업은 BK21의 1, 2차 성과를 이어받고 단점을 보완해내 더욱 완벽한 ‘한국형 연구후속세대 육성사업’이 될 수 있을까. 후속사업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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