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대장암 판정을 받은 후 수술기간 내내 부모님은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키셨다. 전공으로 간호학을 선택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의사는 병을 치료(cure)하고 간호사는 사람을 치유(care)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한 사람에게 전인적인 간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병원엔 간호사가 있는데 왜 부모님은 할머니 곁에서 계속 ‘간호’를 제공해야 했을까.

애석하게도 임상에서의 간호는 내가 배웠던 간호‘학’과 달랐다. 전국에서 가장 근무환경이 좋은 편인 서울대병원의 간호사는 근무시간동안 15명 내외의 환자를 본다. 더군다나 많은 중소병원에서는 실질적으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대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양승조 의원은 간호조무사의 사기진작과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변경하고 이들을 의료인의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물론 정확한 보건의료인력의 파악은 중요하다. 간호조무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면허제도 개선인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질 보장을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수도 중요하지만 의료 인력의 교육, 지식, 기술 수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면허제의 목적은 최소한의 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교육 과정의 표준화와 질 향상 및 관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영역 규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의 질 관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설 학원에서 진행되는 교육으로 적정한 간호인력을 길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해 만4천명 정도의 간호대학생이 졸업하고 이 수는 내후년 2만명까지 증가한다. 소위 장롱면허가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병원은 간호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정부는 제한된 수준에서 관련 대학의 학생 정원 조절을 해 왔을 뿐 총체적 실태를 파악하거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간호사 직종을 비롯 우리의 보건의료현실은 지역별, 의료기관별로 상당한 인력 편차를 보인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 대형병원마저도 인력 부족으로 노동 강도가 강화되다보니 간호사들이 채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양질의 의료서비스 공급을 위해서는 적절한 인력 양성 및 배분이 필수적이다. 이 인력이 적정하게 다양한 지역과 의료기관에 분포해야 한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뿐 아니라 의료인력 전반에 대한 효과적인 공급의 실패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2012년, 할머니는 완쾌하셨고 대선후보들은 복지와 함께 의료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의료가 온전히 복지의 범주 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민간중심의 의료를 개편할 수 있는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 간호인력 확보를 통한 보호자 없는 병원, 의사 수 증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이익집단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국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유효한 정책이 제시되고 채택되기를 기대한다

송수연
간호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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