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학내음주금지령 규탄문화제

지난달 25일 오후 7시, 종로구 보건복지부(복지부) 청사 앞 대로변에서 대학생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술자리를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복지부가 학내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학내음주금지령 규탄문화제’가 청년대선캠프의 주최로 열린 것이다. 법안이 개정될 경우 내년 4월부터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시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음주문화제’를 주최한 청년대선캠프는 대학생사람연대 등 청년이 주축이 돼 출범한 단체이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 정치인의 공약에는 청년이 겪는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며 ‘거리후보’가 돼 청년의 노동·주거·교육 등의 공약을 선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청년대선캠프 고명우 선대위원장은 이번 문화제에 대해 “정부는 음주사고의 근본원인은 찾지 않고 금주령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대학 자치권을 무시하는 이번 개정안을 규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그는 “술이 문제라고 음주를 금지하는 것은 차량사고가 난다고 차량운행을 금지시키겠다는 발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복지부를 비판했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문화제에는 30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절반가량은 청년대선캠프 소속이었고 나머지는 트위터나 홍보포스터를 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도심 한복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삼겹살을 안주로 맥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이색적인 시위 모습이 신기한 듯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편 경찰이 취사행위와 음주를 제지하려 하자 학생과의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의견을 표출하려는 우리의 새로운 시위형태일 뿐”이라며 정당한 신고집회를 통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 학보사 학생기자가 사복경찰의 채증은 불법이라고 항의하며 캠코더로 현장을 촬영하던 경찰과 작은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문화제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복지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대한 학생들의 발언이 차례로 이어졌다. 서강대 사회대 학생회장 김진근씨(사회학과·09)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금주령 문제를 넘어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학생을 자치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 대상으로 보는 어른들의 생각이 어처구니없는 대안으로 이어졌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복지부 주변에 각자의 의견을 적은 띠를 걸어놓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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