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011년 말 국가기관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율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법인화의 목적은 서울대의 교육 및 연구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있으며(제1조) 국유재산에 대하여 학교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를 무상으로 양도하여야 한다(제22조)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적으로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국유재산은 양도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체제 1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도 학술림에서 관리하고 있던 재산에 대한 무상양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술림에서는 산림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활용현황과 활용계획을 기획재정부(기재부)에 수차례 제출했고, 관련 부처 간의 회의에서도 그러한 내용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기재부에서는 학술림 양도를 보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학술림에서 수행하는 교육 및 연구 활동은 법인화 이전보다 심각하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학술림은 전라남도 광양시·구례군 남부학술림, 경기도 광주시 태화산학술림, 수원시 칠보산학술림의 3개 지방학술림으로 구성돼있다. 각 지역의 학술림에서는 산림에 관한 각종 시험연구와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의 산림자원 및 자연보전에 관한 실습이 이뤄지고, 생물다양성 보전이나 산림경영에 필요한 선도적인 과학기술이 개발돼 일반 산림에 적용되기 전에 먼저 시험되는 곳이 학술림이며, 산촌을 포함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학술림은 산림과학과 생태학 그리고 환경과학 등의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실험장이다. 산림생태계가 가지는 다양한 속성들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숲에 인위적인 교란을 발생시키고 그에 따른 장기적인 변화를 관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지구환경 변화가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어 산림동태, 수문관측, 기상관측 등에 대한 장기생태계 모니터링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고, 수십년간 이러한 연구가 지속돼온 학술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한 학술림은 그 경영 목적이 국유림이나 공유림과 다르므로 위와 같은 시험 연구는 학술림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산림의 형태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수종 변화, 산사태 복원 등의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산림 관리에 대한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

학술림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학술림의 산림을 활용한 연구·교육은 산림분야의 발전 및 생태환경보전 등 공익의 실현에 기여해 왔다. 과거 우리나라는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의 녹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경험이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성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성공은 학술림에서 행해진 연구와 교육으로 얻은 산림분야의 지식적, 기술적, 학문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재 학술림에서는 식생조사, 희귀동식물조사, 대기환경관측, 미세기상관측 등 장기생태계 모니터링 연구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연구 및 교육활동이 수행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서울대에서 산림을 소유하여 교육·연구목적에 의해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학술림의 자율적인 이용이 보류되고 있고, 만일 무상양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동안 이어져 온 연구가 단절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문적으로,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대가 종전의 교육 및 연구 기능을 유지하고, 법인화 이후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학술림 무상양도는 반드시 실현돼야 마땅하다.

이우신 교수
산림과학부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