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축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축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 대학신문
  • 승인 2012.10.1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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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 2012 가을축제 '그래, 없애면 되겠다!'

글: 박형근 기자 guniyaya@snu.kr, 대학신문 snupress@snu.kr 105기 수습기자
사진: 『대학신문』 사진부
 


들끓는 승부욕에 호랑이 기운 솟아나요
평소 ‘까’버리고 싶은 친구가 있는 당신, 여기에 오라. 등장은 우아하게, 착석은 사뿐하게, 바둑알 모자는 도도하게.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인간 바둑알이 상대 바둑알을 힘껏 밀면 게임은 시작된다. 흑팀 여장군 납시오! 다리 날리기 공세에 백팀 여전사 머리카락 흩날리며 처절하게 무너진다. 여전사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신사임당님은 어디에 숨어계시나, 구둣방에 숨어있다네
십만원을 삼키고 도망친 고릴라리온을 찾아 나선 그들. 관악산 비밀지도를 펼쳐든 순간 이미 게임은 시작됐다. 물안경 끼고 자하연 속으로, 스쿠터 타고 윗공대로 당장이라도 떠날 것만 같은 ‘샤’총사들. 부디 관악산까지 뒤져서라도 신사임당 두 분을 영접하길 바라며, 화이팅!


 


내가 바로 서울대 아이유
소름끼치는 목소리의 소유자를 찾기 위해 마련된 본부 앞 잔디 위 특설 무대. 저 멀리서 가녀린 체구의 서울대 아이유가 등장했다. 비장의 무기 폭풍 3단 고음을 지르는 순간, 잔디 위 남정네들의 시선은 일순간 모두 그녀에게로. 한 번도 못했던 말 어쩌면 다신 못할 바로 그 말, 나는요~ 목청이~ 좋은걸~ 어떡해.



 


친구의 반란, “내가 니 시다바리가?”
세월은 흘러 마침내 그들이 만난 곳은 본부 앞 잔디의 서바이벌 물총 게임장. 여기가 바로 외나무 다리인가. 친구, 미안하지만 여기서 만난 이상 사라져 줘야겠어. 이미 등을 내준 친구의 마지막 한마디.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부러우면 지는 거다
어머. 이 달달한 노래는 나를 위한 노래? 근데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등판만 보여주지 말란 말이야. 뒤에 있는 여자도 못 돌아보는 당신은 허공만 보는 바보, 진짜 바보. 샤우팅에서 펼쳐지는 애정행각에 질투 나는 솔로라면 그래, 커플을 없애면 되겠다.



 


관악산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황신의 얼굴처럼 노란 달 뜬 아크로에서 관악스타리그 한 판 승부가 시작됐다네. 현란한 마우스 드리블에 관객들 하나 둘씩 협곡으로 빠져들었네. ‘콩’진호 감독의 해설로 분위기는 차차 달아오르고, 둘씩 짝지어 온 형제들은 급기야 두유를 꺼내 마시며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다네. 자 그럼 다 같이 관악산의 협곡을 향해 콩콩 뛰어가 볼까나.



 


자...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심해에서 왔다는 굴비 트리오. 고향에는 없는 현란한 조명에 정신을 못 차리는 굴비들. 그중에서 으뜸을 꼽자면 저 앞의 건강하고 빛깔 좋은 보컬 굴비 되시겠다. 한껏 들뜬 굴비가 앞도 안보고 짧은 사랑의 지느러미를 뻗었는데, 아뿔싸! 남자로구나. 이에 남자 1호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보컬 굴비에게 따이빙하니, 이것이 바로 따이빙 굴비로다.



 


왔노라, 보았노라, 미쳤노라
‘뇌가 없어’져버린듯한 관객들의 광기가 보이는가. 노브레인의 노래가 계속될수록 광기는 살기로 변해가는 것만 같은데! 락스피릿에 흠뻑 젖은 관객이 혹여 보컬을 해할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광기의 순간이 지나간 지금, 당신의 정신은 안녕하신가요?



 


총장잔디를 평정한 자, 밤을 지배하리라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 연락 없는 휴대폰만 바라보던 심심하고 지루한 밤은 가라! 여기 주황빛 경광봉을 휘두르며 밤을 없애버릴 용자(勇者)가 등장했다. 용자는 음악이 인도하는 대로 이리 휙, 저리 휙 신나게 봉을 휘둘렀고 밤은 그에 놀랐는지 도망쳐버렸다고. 용자는 참 잘 놀았다. 다른 사람들도 용자를 따라 아주 잘 놀았다. 아침까지 강행돌파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들처럼 밤을 없애면 되겠다!


* 낙수(落穗): 추수 후 땅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뜻하는 단어로 '어떤 일의 뒷이야기'를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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