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걷는 데는 철저한 대학들이 정작 학생들의 몫을 돌려주는 데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들이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줘야 할 122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특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몫 중 1,400여억원을 미지급 한 것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교육과학기술부령 131호) 제3조 2항에 따르면 각 대학은 거둬들인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금 등을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 감액 및 면제에 사용해야한다. 또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학생의 등록금을 감면하는 액수가 총감면액의 3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도 대학별 등록금 감액 및 면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대학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439개 대학 중 48개 대학이 등록금의 10%를 학비 감액 및 면제에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 48개 학교의 등록금 총 수입은 5,203억원으로 그 10%에 해당하는 520억원이 학생들의 등록금 감액 및 면제에 사용돼야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이 실제로 감액 및면제에 활용한 금액은 398억원으로 약 122억원의 혜택이 학생들에게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저소득층 지원 규정을 위반한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총감면액 중 30%를 경제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원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절반에 가까운 190개 대학이었다. 이들 대학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미지급한 금액이 1,4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 지원 조항을 어긴 대학에는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강대 등을 비롯한 등록금 수입 상위 30위 대학의 대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부자 대학이 저소득층 지원에 더 인색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대학의 규칙위반 문제에 대해 제도의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법령에 처벌규정이 없는 점이 대학들의 규칙 위반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해 10월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은 대학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라며 “내년부터 등록금 감면 규칙을 어기는 대학은 지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2012년도 등록금 자료가 나오는 대로 교육역량 강화사업 및 재정지원 제한, 대출제한평가 불이익 등을 통해 대학에 규제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 간의 과열경쟁이 규칙위반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저소득층 장학금보다 성적우수 장학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의 성적우수 장학금 편중 현상은 통계로도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국회 교과위 김세연 의원(한나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98개 대학의 성적우수 장학금 비율은 54.1%로 저소득층 장학금(20.9%)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전체 장학금의 92%가 연방펠보조금(Federal Pell Grant Program, 일반적인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인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대학의 성적우수 장학금 편중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등록금넷 김동규 조직팀장은 “규칙만 준수해도 상당한 등록금 인하 효과가 있다”며 “무엇보다 대학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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