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이 밟고 서있는 토대가 흔들릴 때 불안을 경험한다. 인간의 존재는 탄탄한 토대 위에서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때 토대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공동체, 혹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등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토대를 학생에 적용해보자. 학생에게 있어 존재를 의탁하는 토대는 학교와 학교 내의 과/반공동체일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학생들의 토대를 흔드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서울대라는 상징성을 정책에 사용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대학신문』 1840호 1면과 3면에 실린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와 ‘세종시 이전’ 건이 대표적이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와 새누리당이 내세운 ‘세종시 이전’이라는 두 정책이 정책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고 정당한가는 더 따져 보아야할 문제지만,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학교의 구성원이자 이러한 정책의 영향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학생들과는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지닌 상징성 때문에 서울대의 구성원인 학생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고 선심성 공약으로 학생들의 토대가 흔들린다면 이는 분명 문제일 것이다.

또 다른 예는 2면에 실린 인문대의 학과제 개편 문제다. 오는 2013년부터 인문대는 학과제로 개편되면서 70%의 학생을 전공예약생으로 받고 30%를 광역모집으로 받아 반 체제에서 과 체제로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학생들은 반과 과 체제를 어떻게 연관지을 것인지, 혹은 반을 해체하고 과 체제로만 나갈 것인지, 또한 새내기가 들어온다면 새내기를 맞이할 주체는 반이 될 것인지 과가 될 것인지의 문제를 가지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학생들 간 합의의 부재겠지만 이러한 혼란의 근저에는 반 체제에서 과 체제라는 구조적 변화에 있어 학교와 학생들 간의 소통 부족과 그로 인한 기준 없음의 상황이 깔려 있다.

이 두 가지 사건들 속에서 학생들은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 ‘참여하는 자’가 아니라 결정된 내용에 ‘대응하는 자’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 속에 학생들의 자리는 없다. 학생에게 가장 민감하게 다가오는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입장이나 학생들의 변화할 삶의 양태는 고려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이 걸린 결정에 전혀 당사자로 돼있지 않다. 5면에 나타나는 ‘학내음주금지령’에 대한 기사는 이러한 시선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학생들은 결정의 당사자 혹은 주체라기보다는 학내음주금지령을 내리는 등 개입을 통해 ‘제어돼야 할 수동적인 대상’으로 생각되고 있다.

『대학신문』1840호는 이러한 사태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문구가 무색할 만큼 학생들은 소외돼 있다.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들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장성빈
철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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