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Design Futurlogy」

서울대 미술관 MoA의 입구에 자리한 금빛의 구름기둥을 보았는지. 11월 25일(일)까지 MoA에서는 「Design Futurology」라는 이름을 내건 다소 ‘황당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폐타이어로 만든 숫양이나 탈의실로 재탄생한 물탱크 등 소재와 형식이 남다른 작품들이 갤러리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친환경 디자인의 경계를 과감히 넘나드는 이번 전시에는 Future와 Technology의 합성어인 ‘Futurology’를 디자인하려는 작가들의 바람이 투영돼있다.



MoA 앞뜰에 설치된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Line of Control」(사진 ①)은 미술관을 찾아온 관람객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광택 있는 금속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은 거대한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버려진 식기들로 만들어진 이 핵구름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을 상징한다. 솥과 냄비들의 올록볼록한 표면은 핵구름의 불꽃을 실감나게 형상화하며, 금속에서 느껴지는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은 핵전쟁의 섬뜩함까지 전달한다. 폐품에서 탄생한 작품이 자원 보존은 물론, 작가의 주제의식까지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편 전시장 3층에는 전통 공예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조명이 걸려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거대한 조명은 전시장 구석을 노란빛으로 은은하게 밝힌다. 가구 디자이너 데이비드 트루브리지의 작품 「KINA, FLAX Lighting」(사진 ②)은 대나무로 만든 여타의 조명등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환경적인 가치와 하등의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작품이지만 친환경의 비밀은 제작과 포장 단계에 있다. 폐기물을 재료로 한 작품만이 친환경 디자인에 속한다는 기존의 디자인 관념에서 탈피해 생산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작가가 차용한 작품 생산 방식인 ‘Seed system’에는 ‘다 큰 나무를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운송해 목적지에서 나무로 키우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미 만들어진 각각의 조명등, 즉 씨앗들을 설치 과정에서 결합해 하나의 완성품인 ‘나무’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작품 포장에 필요한 공간이 기존 공정의 1/40로 줄고, 운송에 소비되는 비용마저 대폭 절약된다.

‘친환경적 디자인’이라는 화두는 예술계에서 꾸준히 제시돼왔다. 친환경을 다룬 이전의 작품들이 환경 문제를 단순히 고발하는 데 그쳐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이 환경에 대한 고민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주제를 얹어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쏟아지는 시험과 과제에 지쳐있다면 잠시 MoA를 찾아 작가들이 펼쳐놓은 ‘Futurology’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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