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놓고 3명의 후보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 누가 정권을 획득하느냐보다 대선 이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정치주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책이 있다. 바로 『88만원 세대』로 잘 알려진 우석훈의 신작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 등 젊은 세대의 불안한 삶과 집권 정부의 실각으로 인한 빈곤 문제에 대해 항상 ‘낮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으로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우석훈은 ‘시민’이 정치주체로서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는 우석훈이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향신문에서 썼던 칼럼코너 ‘시민운동 몇어찌’의 내용과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나는 꼽사리다」에서 드러냈던 생각들을 모은 일종의 칼럼집이다.

지금까지 각 정부에는 그 정권을 대표하는 이름이 있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정권의 주체가 당대의 시대정신이라 여긴 것을 이름으로 정했다. 저자는 새로 구성될 정부는 ‘시민의 정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008년 촛불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현 정권에 주체적으로 저항했던 ‘촛불시민’과 희망버스를 통해 김진숙씨의 저항의지를 지지했던 시민을 새로운 정치주체로 인식한다.

1부 ‘시민의 정부’에서 저자는 “가장 많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단체가 생길 때”라며 새로운 정치주체인 시민들이 모인 ‘시민단체’에 집중한다. 특히 그는 앞으로 정권을 차지할 세력이 시민단체와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현 정권에서 모피아들의 재정장악과 토건족들의 무분별한 부동산 정책 등을 토대로 일어나는 민주화의 역행을 비판하며 시민단체의 ‘견제’ 역할을 역설한다. 즉 이러한 견제를 통해 시민단체는 해당 정권이 부패할 가능성을 감시하며 새로운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연립정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시민단체가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과 재정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2부 ‘시민의 경제’에서의 시민은 경제적 주체로서 조금 더 개별적인 인간이다. 근대의 경제 논리는 시민을 단순한 소비자의 형태로 관념화시켰지만 저자는 “시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경제활동이 많아질수록 대기업과 정부 양쪽을 견제하기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시장은 경쟁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국가는 복종을 작동방식으로 한다. 그러나 경제주체로서의 시민은 이러한 양측의 작동방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가 구상하는 경제주체로서의 시민은 ‘연대’의 속성을 강조하는 시민이다. 시민의 경제는 생활협동조합이나 생산자협동조합 등의 단체에서 보여지듯이 회원들에게 복종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서로 돕기’라고 하는 반경쟁적 질서를 갖고 있다.

이 책의 에필로그 제목은 ‘시민의 파티에 초대합니다’이다. 저자는 한국이 ‘반공에 대한 증오 위에 세운 나라’라고 말하며 한국 정치는 서로 다른 이념에 대한 증오를 원동력으로 하는 정치임을 비판한다. 증오는 새로운 정권이 권력을 획득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동력은 결코 될 수 없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서 “이제 한국 사회를 이끌어나갈 파티의 주인은 시민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제 시민들은 증오 없는 새로운 정치, 사회의 주체로서 저자의 메시지에 응답해야 할 때가 왔다.

*모피아: 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마피아와 같이 거대세력을 조직해 재계를 장악하는 재무관료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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