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나눈 세상과의 대화
몸짓으로 나눈 세상과의 대화
  • 대학신문사
  • 승인 2012.11.1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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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애주 교수 고별 강연 「이야기가 있는 우리 소리, 우리 춤」

지난 8일(목) 문화관(71동)에서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둔 이애주 교수(체육교육과)의 고별 강연이 열렸다. 이애주 교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고문으로 죽음에 이른 박종철군의 영을 기리는 씻김춤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이 교수는 민주화 과정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춤으로 치유해 시위를 축제의 일종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 춤꾼이다. 강연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의장인 백도명 교수(환경보건학과)의 개회사와 김세균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축사로 시작해 이애주 교수의 강연과 이와 관련된 춤 시연 순서로 진행됐다. 이애주 교수는 춤의 정의, 그리고 삶과 춤이라는 두 개의 큰 주제로 자신의 춤 역사에 대해 강연했다.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자 이애주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춤의 정의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춤이란 삶의 몸짓이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겸손하게 마음을 낮추면 비워지고 또다시 채워지기도 하는 것이 바로 춤”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체육교육과 무용강사들의 예의춤 시연이 있었다. 예의춤은 그 뜻대로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침착한 동작이 주가 됐으며 흩날리는 너른 소매들이 동작들의 사이사이를 채웠다. 정제된 동작들이 하얀 소복과 어우러져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시켰다.

 이애주 교수는 자신의 춤 가치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요즘의 아이돌 춤들은 자칫하면 외면의 아름다움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춤은 내면을 드러낸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체육교육과 무용부의 씻김춤 시연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빠른 장단에 맞춰 서로에게 술을 흔드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안무를 시작해 마지막에는 원을 그리며 모여들었다. 화려한 한복과 수수한 동작들이 조화돼 몸짓 하나하나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이 배어나왔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한편 깜짝 퍼포먼스도 벌어져 관객들의 호응을 샀다. 무용부를 비롯한 체육교육과 학생이 울랄라 세션의 「아름다운 밤」과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안무를 수정해 시연했다. 백 덤블링 등 체육교육과의 특성을 살린 안무들이 익살스럽게 들어가 있었고 섬세한 몸짓이 춤의 품격마저 높였다. 「강남스타일」의 후렴구 부분에서는 한 학생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으로 뛰어들어가는 등 열정적인 무대가 연출됐다. 노래가 끝날 무렵에는 이애주 교수도 학생들과 함께 싸이의 말춤을 따라추기도 했다.

 강연이 끝나고 이애주 교수는 마지막으로 직접 태평무(太平舞)를 선보였다. 태평무는 예로부터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위해 직접 춘 춤이다. 길고 흰 포를 휘날리며 조용하게 춤이 시작됐다. 앞선 춤들을 모두 아우르는 변화무쌍한 동작들이 이어졌다. 버선발이 수줍은 듯 사뿐하게 무대를 누비고 힘없이 추락하던 희고 긴 천은 다시 떨리며 살랑였다. 이 교수는 기쁨에 겨운 듯 빠르게 움직이다가도 어느 순간 조용히 가라앉으며 급변하는 감정의 곡선을 몸짓과 천들의 움직임으로 드러냈다. 비록 옷은 색색 한복이 아닌 소박한 소복이었으나 섬세하고 우아한 동작들이 화려함을 불러 일으켰다. 겹걸음과 잔걸음 그리고 무릎들기까지 발동작은 쉴 새 없이 변했으나 전혀 조급함 없이 진중했다. 섬세하면서도 절도있게 흩어지는 인간문화재 이애주 교수의 태평무는 그 자체로 그녀의 삶이었다.

 이 태평무를 마지막으로 이애주 교수 고별무대는 막을 내렸다. 비록 이애주 교수의 춤사위를 서울대에서 다시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녀의 흔적은 후학들의 춤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세상을 향한 화해의 손짓과 치유의 손길, 이것이 곧 이 교수의 삶이자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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