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창
여론조사,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창
  • 대학신문
  • 승인 2012.11.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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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론조사의 시대라 할 만하다. 대선을 앞둔 2012년, 대한민국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어딜 가더라도 여론조사 결과가 대화의 주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민심의 향방을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과거 소규모 사회에서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직접적 접촉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접적인 방법으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아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최근 발달된 기법을 통해 여론조사가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압축해서 전달해 주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는 다른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한 것으로부터 발전했다. 『대학신문』은 이런 여론조사들이 어떤 방법으로 시행되며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의의를 갖는지 알아봤다.

여론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여론조사는 180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에는 통계적 이론을 거의 적용하지 않고 지상투표(紙上投票)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Literary Digest」지는 1935년에 전화가입자 명부와 자동차소유자 명부에 실린 사람들 천만명에게 엽서를 보내 지지 후보를 물었다. 그 결과는 알프레드 랜던 57.1%, 프랭클린 루스벨트 42.9%였다. 하지만 실제 루스벨트가 62.5%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이를 계기로 지상투표식의 여론조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통계학자 조지 갤럽(George Gallup, 1901~1984)은 같은 선거에서 처음으로 통계적 이론을 적용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그가 과학적 방법을 적용해 루스벨트의 재선을 예측했던 것이 적중한 이후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매우 커졌다.

1935년 갤럽의 여론조사 이래로 현재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무작위 표본추출’ 과정을 이용하고 있다. 무작위 표본추출이란 전체에서 각 요소가 추출될 확률이 모두 같게 표본을 뽑는 방식을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다이제스트지의 조사는 전화가입자 명부와 자동차소유자 명부에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무작위 표본추출이라 할 수 없다. 전화나 자동차가 있는 사람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이제스트지의 조사는 여론조사계에 무작위 표본추출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많은 표본으로도 편향된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졌다. 현재는 여론조사에서 표본추출의 방법으로 크게 전화조사와 서면조사를 이용한다. 전화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유선전화나 핸드폰 사용이 보편화됨으로 인해 전화조사의 대상에 거의 모든 표본을 포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표본추출시 전화번호부에 실린 번호를 이용했기에 휴대전화만을 사용하거나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0% 이상 앞섰지만 결과는 불과 0.6%포인트 차의 박빙이었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표본추출의 방법이 무작위 전화걸기 방식(RDD, Random Digit Dialing)으로 바뀌었다. 이는 무작위로 번호를 생성해 전화를 거는, 일종의 무작위 표본추출 방식이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유선전화는 기본적으로 가구개념의 조사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의 의견은 개인적으로 받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조사에 휴대전화 RDD를 85% 반영하고 있으며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는 일부 고연령자 등의 여론을 잡아내기 위해 유선전화 RDD를 15%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얼미터의 담당자 A씨는 “유선전화 RDD와 무선전화 RDD의 비율에 따른 조사 결과의 차이는 대체로 오차범위 이내”라며 “우리는 표본추출에서 유선전화 RDD를 80%, 무선전화 RDD를 20%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기관에 따라 표본추출 방법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RDD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서면조사는 글로 된 자료를 조사자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전화조사보다 보다 많은 정보를 자세하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신문』에서도 서울대생들의 의견을 묻고자 기자들이 직접 서울대 전역에서 서면조사를 실시하곤 한다. 하지만 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조사자가 응답자의 응답에 대해 추가로 질문할 수 없기 때문에 무응답률이 높아진다. 또 서면조사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표본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사자가 설문지를 배부해 돌려받는 방식의 서면조사는 무작위 표본추출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어렵고, 우편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응답률이 낮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인터넷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가 새로이 대두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담당자 A씨는 이에 대해 “표본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인터넷이 주된 여론조사 방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비정치영역인 마케팅조사 등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러면 여론조사의 결과는 얼마나 믿을 만 한가?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여론조사를 유심히 살펴본 독자라면 여론조사 결과의 마지막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라는 식의 언급이 있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 문장의 의미는 위의 조사에서 만약 어떤 후보의 지지율이 30%로 조사됐다면 30±3.1%포인트, 즉 26.9~33.1%에 그 후보의 지지율이 있을 확률이 95%라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오차는 통계적으로 완전한 표본 틀에서 다른 방해요인 없이 표본을 잘 추출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며 이를 ‘표본오차’라 부른다.

실제 조사에서는 이외에도 무응답, 설문문항의 모호성, 응답자의 부주의 등으로 인해 추가로 오차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비표본오차’라 한다. 리얼미터의 담당자 A씨는 “장난이나 거짓 응답을 걸러내기 위해 리체크 문항을 둬 응답의 정확성 및 일관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비표본오차를 줄이기 위해, 응답의 일관성이 결여된 경우는 결과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여론조사는 응답한 20% 정도의 사람들이 응답하지 않은 나머지 80%를 잘 대변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검정할 방법은 선거뿐인데, 지금까지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응답률은 조사 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표본오차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것으로는 ‘워딩(wording)’이 있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한다고 해도 설문문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얼미터의 담당자 A씨는 “본사에서는 내부 협의에서 질문할 항목을 정한 후 담당 연구원이 초안을 작성하고 다시 협의를 거쳐 질문을 만든다”며 “이후 한국정치조사협회의 감수를 받아 질문을 확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여론조사기관이 질문의 표현을 중요히 여겨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국갤럽 허 이사는 “선거로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여론조사의 경우는 이미 어떤 질문이 실제 상황을 잘 반영하는지가 충분히 검증돼 있다”며 “편파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설문 문항에서 바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론조사를 지켜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표본의 설계 방법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대부분의 조사 회사들은 기존에 유선전화로 표본을 추출하던 방식에서 최근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일정 비율 혼합하는 방식으로 표본추출 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회사별로 혼합비율이 다르다. 실제로 10월 둘째주에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47%)가 안철수 후보(46%)를 오차범위 내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같은 기간동안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경우 안철수 후보(49.1%)가 박근혜 후보(44.8%)에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큰 차이로 앞섰다. 어떤 방식이 가장 실제를 잘 반영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표본추출 방법에 따라 조사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로는 여론조사 시의 질문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가령 지난 2일(금), 3일 실시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44.1%)가 안철수 후보(43.3%)를 오차범위(±3.1%) 내에서 앞섰다. 그렇지만 “어떤 후보가 대선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안 후보(49.3%)가 문 후보(43.3%)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사람들이 야권 후보로서 적합한 후보로는 문 후보를, 본선에서 박 후보와 맞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로는 안 후보를 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질문이 대체로 비슷하더라도 세부 내용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살펴볼 때 질문의 워딩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로는 조사의 오차를 살펴야 한다. 각종 매체에서는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2~3%만 변화해도 여러 이유를 들며 보도하는데 실제로는 표본오차범위 내의 지지율 등락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표본오차를 감안하면 작은 범위의 등락은 거의 무가치하므로 단순히 용어에만 주목해 보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만약 오차범위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해도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100%는 아니므로 무조건 맹신해선 안 된다는 것을 주지한다면 여론조사를 보다 더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의 의의는 무엇인가

갤럽이 여론조사를 처음 실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여론조사가 선거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에도 이러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가 10월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 여론조사가 지지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0.8%는 ‘영향을 미침’(매우 큰 영향을 미침 15.1%, 어느 정도 영향 미침 35.7%)이라고 답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민국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선거법) 제108조에서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는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선거 전 여론조사공표를 일정 부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와는 반대로 여론조사가 ‘개인의 생각을 합해’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은 여론조사 결과공표를 금하는 규정을 전혀 두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일 전에 정보를 주고받으며 형성된 여론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해준다는 여론조사의 순기능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 외에도 많은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등 선거 이외의 현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가 대중과 정치인들 사이에 소통의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현재 정치체제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의 크기가 크고 국민의 수도 많아 직접민주주의의 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국민들이 정기적인 선거에서만 정치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그 외의 기간에는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브라이스(James Bryce, 1838~1922)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가능한 한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투표로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는 민주주의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직면하는 모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면 수월하게 자주 투표를 실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대중의 의견을 매주 또는 매달 조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될 것 같지 않다”고 언급하며 대중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조지 갤럽은 저서 『민주주의의 맥』(1940)에서 “표본 추출 방식의 여론조사는 브라이스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현재의 해답”이라며 여론조사가 민주주의로 하여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여론조사를 활용해 수시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됐으며 많은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국민의 여론을 지속적으로 정치에 반영할 수 있게 해 줬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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