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에 의한 위기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관점에서 논의해 왔으므로 또 다른 논의를 보탠다는 것은 사족이 될 우려가 있지만, 우리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국제 정세 속에서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OECD 회원국에 가입하는 등 성공적인 근대화 과정을 겪어오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대부분의 핵심․원천기술은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원천기술 부문에서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은 좁은 국토와 열악한 부존자원, 거대한 국가규모의 중국과 최고의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을 옆에 두고 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하면 우리가 시급히 도달해야 할 절대절명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 목표는 양질의 풍부한 이공계 인재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져,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산업에 성공적으로 접목돼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생산이 뒤따를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우수한 인재들이 재정적․사회적 보상이 높은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타 전문직으로 몰리고 있으며, 또한 IMF위기와 같은 상황에서 기술계통 인력이 제일 먼저 일자리를 잃는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공계 진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그 결과로 이제까지 이룬 성과까지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정도가 되었고, 이에 따라 이공계 대학생들에 대한 병역특례제도의 개선, 장학금 확충 등의 이공계 유인정책이 범국가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더 근원적이고 심각한 일이 이공계 인재 양성의 산실인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공계를 선택한 학생이 30%를 밑돌고,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중고등학교에서의 수학․과학교육  강화가 필요함에도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학․과학 분야의 상당 부분을 선택과목으로 두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수학ㆍ과학 교육 강화로 이공계 인재군 양성해야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공계 교육의 근간인 수학과 과학의 학습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힘들고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과목들이어서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쉽사리 포기하게 된다. 또 이들 과목은 기초를 쌓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정규 교과과정에 따른 단계적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배우기가 매우 어렵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고등학교에서 수학․과학 기초학습의 기회를 놓쳐버린 학생들은 나중에 이공계로 진출하고 싶어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공계 진출을 애초에 염두에 둘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는 일정 수준의 수학․과학 과목들을 어느 정도 강제화, 즉 필수과목화 하여 예비 이공계 인재군(群)의 폭을 넓혀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학생들이 이 분야 학습을 기피할 것이고, 앞으로 특별한 유인정책들을 쓴다 해도 그 효과를 보기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그 결과로 위기는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공계 위기 탈출의 요체는 산업의 고도화에 있고 그 뿌리는 수학․과학의 기초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에 있다. 지금이라도 수학․과학의 기초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이재형

 

자연대 교수․물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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