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의 주최로 대학원생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인권센터 조사 결과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자극적인 보도를 넘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진지한 고민의 자리는 거의 최초가 아닌가 싶다. 핵심 이해 당사자인 본부, 교수, 대학원생과 인권 전문가까지 한자리에 앉아, 3면을 할애해 대학원생 인권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좌담회 기사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기여했기를 바란다.

대학원생 인권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많은 논의가 좌담회를 통해 오갔지만, 나는 말과 글보다 시꺼멓게 가려진 대학원생 패널들의 사진이 문제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면 위에서 대학원생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들이다. 이들의 이름을 억압하는 구조를 벗겨 내기 전엔 사건의 진상이 결코 드러날 수 없으며, 용기를 낸 익명의 대학원생 A의 절제된 목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알만한 대학원생들은 다 아는 연구비 유용 수법을 연구처장이 파악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무엇이 누군가의 이름을 대학원생A로 만들었을까? 대학원생 사이에 도는 소문으로는 인권센터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자신의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는지 확인하려는 교수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지도학생들을 소집한 교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과장된 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소문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은 언론에 보도된 교육부총장의 교수들에 대한 사과였다. 신설 부서의 업무미숙으로 일어난 일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언론에서는 ‘교수들에게만 미안한 서울대의 인권의식’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일부 사례에 불과한 인권침해를 문제 삼는 대학원생 A는 세심한 주의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좌담회에서 논의된 것처럼 인권조례와 소통창구의 마련은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첫 걸음을 떼기 위해선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진실을 말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낼 때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나 두려움을 느낀다면 자기검열 기제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학원생들 스스로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피억압자들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요컨대, 대학원생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원생의 참여가 필요하나, 바로 그 문제로 인해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운 딜레마적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원생 A는 이 국면을 타개할 핵심인물일 지도 모른다. 익명성이 보장된 제한적인 조건에서라도, 진실을 말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상황은 보다 정확히 인식될 것이고, 개선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여기서 『대학신문』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더 많은 대학원생 A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그들의 권리를 함께 주장해줘야 한다. 한 명의 대학원생 A로서 『대학신문』의 분발을 기대한다.

이대한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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