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부터 인문대 학생회에서 논의돼 오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바로 ‘학과제 전환’이다. 그만큼 학과제 전환은 학교측에서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단순히 하향적으로 지시할 만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학과제 전환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문대 기존 반체제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현재 인문대 반 체제는 전공 예약생이 40%, 나머지 60%는 광역 학생이 차지하고 있어 광역학생들(전공 비예약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신입생들이 다양한 과의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해 신입생이 전공 진입을 위한 조언을 선배들에게 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또한 각양각색의 과 학생들이 어우러질 수 있고 원활한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바뀌는 학과제 중심 체제는 전공 예약생이 70%나 차지해 광역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성은 앞서 말한 반 체제의 장점을 해칠뿐더러 광역 학생들로 하여금 소외감을 느끼도록 할 여지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전공 예약생들은 수시 신입생환영회(신환회) 또는 모꼬지 등을 통해 광역 학생들보다 한달 정도 빨리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이때 얼굴을 먼저 알게 된 사이끼리 급속히 두터운 친분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때문에 이후에 열리는 수시생과 정시생이 함께하는 신환회와 새터에서 광역 학생들은 이미 친분관계가 형성된 전공 예약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상황을 매 해 볼 수 있다. 기존의 40%가 전공 예약생일 때에도 이러한데 70%가 전공 예약생인 경우라면 광역 학생들의 소외감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1학년 때부터 같은 전공을 듣는 전공 예약생들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대화 소재도 동일하기 때문에 전공 이외의 학생과 어우러지는 것은 힘들다. 뿐만 아니라 30%가 광역 학생인 상황이 매 해 누적된다면 일반적으로 학과 정원이 20명 내외인 인문대의 경우 각 과별로 고작 6명만이 광역 학생이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에 다니고 있는 선배를 찾기 어려워져 자기가 원하는 과에 진입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부족해진다. 광역 선발의 목적이 신입생 시절 적성을 탐색하고 적합한 과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상황은 광역 체제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결국 광역 체제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이상 발휘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학교는 공부만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인간관계도 구축하고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현 반체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그로 인해 얻는 장점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러한 체제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몇 해간 수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고충을 겪을 것이 눈에 훤하니 학생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좀 더 현 상황을 검토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려해 신입생들이 꿈꾸던 원만한 대학생활을 펼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정민혜(중어중문학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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