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전체 부품은 15만개 정도로 구성되는데, 이 중 단 한 개의 부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2009년 첫 번째 발사 때에는 예측하지 못한 방전으로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했으며, 그 다음해 두 번째 발사 때에는 하나의 볼트가 오폭을 일으켜 위성을 실은 로켓 전체가 공중에서 산화했다. 얼마 전 예정된 3차 발사 역시 부품 문제로 연기됐다. 나사의 불량으로 고무실(seal) 파손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렇듯 로켓의 경우, 부품 하나하나가 발사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경우엔 좀 다른 것 같아 의아스럽다.


지난 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원전에 짝퉁 부품이 10여 년이 넘게 사용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원전 부품을 납품하는 8개 업체가 품질검증서 60건을 위조해 납품한 짝퉁 부품은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천만 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품들이 주로 투입된 영광 5, 6호기는 현재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전력당국은 원전 안전과 무관한 부품이라고 해명했으나, 일부 원전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저항기, 다이오드, 퓨즈 등은 원자로를 제어하는 중요부품으로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좀 지난 일이지만 1999년, 현재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연구원이 영광과 울진 원전에서 설계도상에 없는 미확인용접, 일명 도둑용접이 존재한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당시 영광 3, 4호기의 경우 일반 배관용접의 불량률(3.3%)보다 미확인용접의 불량률(59%)이 18배나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접부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식이 진행돼 파열·파단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설계도상에 없는 용접부위는 점검 대상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불량 용접을 하건 가짜 부품을 쓰건 별 일이 없는 걸 보면, 현 정부가 자랑하듯 우리 원전 기술이 뛰어난 것일까. 시한폭탄 같은 ‘안전한’ 원전이 불안한 이유는 인간은 늘 예측하지 못한 실수를 하며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맞닥뜨리며 살아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린피스의 대규모 건강피해조사에 따르면, 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성오염이 70년간 지속돼 9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낼 것이라고 한다. 작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현재에도 막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대기와 바다로 계속 퍼져가고 있다. 더구나 원자로의 핵연료가 압력용기를 뚫고 격납용기 바닥에 쌓여 있고, 사용 후 연료봉 저장수조도 취약해져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는 원전 확대와 원전 수출 등 ‘원전르네상스’ 정책을 펼쳐 왔다. 무엇을 위한 르네상스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목숨, 이 땅의 생명을 위한 그것은 아닌 듯하다. 다행히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대통령 후보들이 신재생에너지 지원 및 확대를 내걸고 있어 다소 숨통이 트인다. 문제가 있는 원전의 가동 정지로 올 겨울 전력대란이 올 것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유난스런 한파가 온다는데, 난방이 시원찮아 감기로 고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겨울에는 기꺼운 마음으로 내복을 입고 버텨보련다.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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