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연구소 소장 박철희 교수(국제대학원)

2012년 연구처가 실시한 학내 연구소 평가에서 인문사회계열 1위를 차지한 일본연구소는 다른 연구소들에 비해 신생 연구소다. ‘지역종합연구소 일본연구실’을 거쳐 2004년에 독립연구기관으로 출범한 일본연구소는 특히 △연구 및 출판사업 △연구활동의 연계성과 인지도 △의사결정기구의 투명성과 개방성 △데이터베이스 접근성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중점사업안 제시 등의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학신문』은 올해 9월 새로 부임한 일본연구소 소장 박철희 교수(국제대학원)를 만나 일본연구소의 전반적인 현황과 연구소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동안 어떤 사업들을 진행해왔나=일본연구소는 2008년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HK(Humanity Korea) 해외지역연구소로 선정된 이후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해왔다. 무엇보다 일본연구소에서 출판한 책들 중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것이 많다. 또 2009년에 『일본비평』이라는 반연간지(半年刊誌)를 창간한 이후 지금까지 한 해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전후 일본의 지식형성’, ‘현대일본의 사회변동과 지역’ 등의 주제로 일본에 대해 탐구해왔다. 또 학술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19일(월)에는 개소 8주년을 기념해 ‘우리는 독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게 됐다.

◇학내 연구소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연구소는 다양한 지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연구소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발전동력은=우리 일본연구소는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자기인식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본부와 일본국제교류기금,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것 역시 큰 몫을 했다. 이처럼 일본연구소는 연구의 바탕이 되는 물적 토대, 인적 토대와 함께 현대 일본세계의 정체성과 변용에 대해 탐구하겠다는 연구원들의 의지가 결합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연구해야 하는 필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우리 사회가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일본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없는 탓이다. 때문에 오히려 일본 연구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일본은 우리와 가장 인접한 국가다. 비록 최근까지도 역사와 영토 문제 등 여러 갈등 요소들이 많지만 동아시아의 주요한 일원으로서 함께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관계다.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모델이었고,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난 현재 일본은 경제 불황이나 고령화 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국가가 됐다. 협력과 갈등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일본 연구는 필수적이며 연구할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일본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동아시아 내 한·일, 중·일, 한·중간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의 원인 중 하나로 ‘일본의 우경화’를 꼽고 있는데=갈등의 원인을 일본에만 한정지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전체적인 상황을 검토해 봐야 한다. 현재 동아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과 한·미·일을 포함하는 해양세력이 한반도를 가운데에 두고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다. 팽팽한 균형이 이어져오다가 최근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상대적인 몰락으로 인해 그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근 일본 정치계의 움직임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평가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수세적인 것이라고 본다. 일본이 자존심이 상해 목소리만 크게 내고 있는 것이다.

◇영토 분쟁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가=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본 내부에서 국제주의를 외치는 세력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우익들만 목소리를 높여 문제가 실제 상황보다 증폭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있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접국인 일본과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므로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현재의 한·일 관계는 협력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줄여 상호간 윈-윈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김은정 기자 jung92814@snu.kr

 


◇19일에 열리는 심포지엄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독도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가=이번 심포지엄은 사람들이 독도의 실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 사람들이 독도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감정이 앞서지 않은 상황에서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독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외교’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최근 불거진 갈등으로 인해 그 주장이 수면 아래로 들어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한 외교’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독도 문제는 우리가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상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차분하되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이 문제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심포지엄에서는 한·일 양국이 독도 문제를 어떻게 끌고 왔는지, 왜 이 문제가 최근에 다시금 부각됐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또 최근 독도 문제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시간도 가져보고자 한다.

◇향후 한·일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하는지=앞으로도 한·일간의 관계 개선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새로 들어선 정권이 한·일간의 문제를 외교 문제로 확대하지 않고 상호간의 관계를 일신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조만간 총선이 있지만 그 이후에도 불안한 정치상황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 예상한다. 아마 우익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상황에서는 외교적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로 일본을 ‘쿨’하게 볼 것을 제안한다. 자신감이 있으면 열을 낼 일이 없다. 일본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다면 문제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에 계속 얽매여 ‘우리는 피해자, 그 쪽은 가해자’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길은 없을 것이다. 둘째로는 한·일간의 문제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으며 이슈를 선점하고 또 주도해가면서 일본과 어떤 식으로 전략적 관계를 맺어야 우리에게 이득이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연구소의 책임이 막중할 것 같다. 향후 일본연구소를 운영해나갈 계획은=현재 하고 있는 HK연구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 첫째로 이곳을 일본 연구의 세계적인 거점으로 만들고자 한다. 둘째로는 일본연구소를 서울대 구성원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그들조차도 일본연구소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우선 평생교육원과 연계해 시민교양강좌를 개최하려고 하며, 내년 초부터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셋째로는 일본연구소가 가진 지식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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