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회 「청춘연극제」

지난 15일(목) 이화여대 삼성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청춘연극제’가 막을 올렸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청춘연극제’에서는 전국 각지의 노인복지관 연극부가 제출한 22개의 작품 중에서 선발된 6개 작품이 공연됐다. 출품된 작품들에는 각 복지관 연극부 강사의 지도 아래 60~80대 연기자들만이 출연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연기자들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내용과 장르의 극이 펼쳐졌다. 부산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의 「강아지집 속 할아버지」, 구립신내노인종합복지관의 「봄이 가면 내가 봄이 되어」, 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의 「9988 쾌지나 칭칭」, 울산광역시노인복지관의 「동치미」 등 노인의 시선에서 진솔하게 풀어 놓은 6개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그 중에서도 창작극 「강아지집 속 할아버지」와 「봄이 가면 내가 봄이 되어」, 「9988 쾌지나 칭칭」은 노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재를 택해 기존 작품과 구별되는 점을 보였다.
 

 


창작극 「강아지집 속 할아버지」는 가정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녀로부터 소외되는 노인들의 현실을 비판한다. 극 중에서 ‘아들’과 ‘며느리’는 한 집에서 시아버지를 모시면서도 시아버지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 더 많은 신경을 쏟는다. 시아버지는 자신의 처지에 서러움을 느끼고 강아지보다 자신이 못하다고 자조한다. 결국 시아버지는 강아지 집 속에 들어가 강아지 흉내를 내기에 이르고, 며느리는 그럼에도 남편과 시누이들을 탓하며 피상적으로만 시아버지를 걱정한다. 극에서는 강아지처럼 짖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소외된 노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배우가 분장과 연기를 통해 직접 강아지를 연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말을 걸 때에도 시아버지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의 거리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창작극 「봄이 가면 내가 봄이 되어」는 복지관에서 노인들이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인들의 이성교제라는 주제를 포착해 많은 공감을 얻은 작품이다. 남편을 잃고 황혼에 접어든 ‘꽃분’은 복지관 연극부에서 첫사랑 ‘재일’과 재회하게 된다. 그녀는 시댁살이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며 재일과 다시 애정을 싹 틔운다. 그러나 자녀들은 꽃분이 재일을 만나는 것이 늙은이의 주책이라며 이들의 만남에 반대한다. 스스로도 확신을 얻지 못한 꽃분은 결국 재일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만다. 꽃분이 화분에 물을 주는 장면을 통해 서러운 감정을 삭이는 태도를 표현하는 연출 등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또한 “봄이란 건 봄이 가고 난 뒤에도 그 봄을 지낸 사람 마음에 남아 그 사람이 된다”는 대사를 통해 노인들 역시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음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세 번째 창작극 「9988 쾌지나 칭칭」은 죽음을 앞둔 노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두려움을 넘어 삶을 쾌활하게 즐기는 노인들의 유쾌한 삶의 방식을 제시했다. 극 중에서 어르신들은 소개팅, 미팅 등을 즐기며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저승사자들은 수명이 다한 노인들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하지만, 쾌활한 삶을 즐기는 노인들의 삶에 대한 열정에 곧 저승으로 이들을 데려가는 것을 포기한다. 극의 마지막에 저승사자들은 이승이 즐거움으로 넘쳐 저승으로 데려갈 사람들이 없다고 걱정하면서도, 기운찬 노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린다. 작품은 공연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할아버지를 데려가면 염라대왕 발목을 분질러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할머니의 모습은 역동적이면서도 발랄하다. 저승사자들 역시 밝은 분위기를 위해 엄숙한 갓과 도포를 버리고 염색한 머리와 강렬한 색의 옷을 택했다.

‘청춘연극제’의 작품들은 노인들이 직접 겪었던 경험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작품들로, 노인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다. 또한 이날 발표된 작품들은 연기와 작품 구성 면에서 기존 아마추어 연극에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실버 세대의 취미 활동 정도로 여겨졌던 기존의 노인 연극 공연과 달리, ‘청춘연극제’ 출품작들이 보여준 완성도는 노인 연극 공연을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닌 의미 있는 문화 행사로 재평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커튼콜을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온 어르신들의 밝은 미소와 정중한 인사만은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의 그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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