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 첫 시행
5인 이상이면 업종에 관계 없이 설립 가능
이윤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운영방식으로
경제적 공공성 증진할 수 있을지 기대

협동조합기본법이 다음달 1일(토)부터 시행돼 5인 이상만 모이면 업종과 분야에 제한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대안경제의 한 모델로 주목받아온 협동조합이 여러 분야에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조합으로 일구는 사회적 경제=협동조합은 같은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민주적 경제 집단이다. 협동조합은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기업과 달리 경제적 이익을 넘어 조합원 간의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설립되기 때문에 설립목적, 운영과 배당 방식 등에서일반 기업과 차이점을 갖는다. 조합원들이 출자액에 상관없이 모두 1표씩의 의결권을 가지며 잉여금 배당도 출자액이 아니라 조합사업 이용 실적에 따라 실시한다. 나아가 사회적 협동조합은 높은 책임의식과 참여의식이라는 협동조합의 장점을 사회복지와 결합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취약계층 고용을 통한 공익실현을 추구하기도 한다.

자본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협동조합의 장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협동조합은행들과 신용협동조합들이 큰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데에서 드러났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2008년 예금이 20% 급증했고, 스위스의 라파이젠 은행은 조합원이 15만명 늘어나 10위권 바깥이던 국내 순위가 4위로 올라섰다. 협동조합연구소 강민수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의 경우 1인 1표 지배구조로 공격적 경영을 지양하고 평소에 잉여금을 유보해 고용을 유지하기 때문에 잦은 구조조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경제주체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은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가 인정돼 유엔(UN)에서는 2012년을 ‘유엔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의 경우 지난 7월 ‘협동조합도시 서울’ 비전을 선포하고 이달 말 협동조합 지원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협동조합 지원 기반을 위해 조성된 ‘한국조직위원회’와의 업무체결을 통해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협동조합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내년에는 협동조합 지원 예산으로 6억원을 책정하고 1,000억원 규모의 사회 투자기금 중 일부를 협동조합 관련 예산에 배정할 예정이다.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진입장벽 낮출까=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의 설립 자유를 보장하고 사회적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활동영역별로 개별법의 규제를 받아야 했던 이전과 달리 협동조합의 설립 조건이 대폭 완화되고 설립 영역이 자유로워진다. 이전에는 지역농협의 경우 조합원 1천명, 소비자생협의 경우 조합원 300명 이상이 돼야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5명만 모이면 시·도지사 신고만으로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강사무국장은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이윤이 나지 않는 복지 영역에서 자본이 철수하는 상황 중에도 사회적 경제가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왔다”며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적 경제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에 관한 조항이 명시된 것도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의 특징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5명만 모이면 설립이 가능한 점에서는 일반 협동조합과 동일하지만 기획재정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 및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 등 공익적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취지를 달성하려면 보완할 부분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뚜렷한 목적과 지속 가능성을 결여한 무분별한 설립이 이뤄질 경우 협동조합 본래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다수가 설립됐다가 초기에파산하는 등 실패가 이어진다면 협동조합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국민에게 줘 협동조합을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을 약화할 수 있다.

또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립자들은 대부분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법·형식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재정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완돼야 할 사항이다. 전형수 교수(대구대 경제학과)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면 그 내용도 이들이 처한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며 “무료 법률서비스나 정관 예시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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