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대련 비판 분위기 증가… 전총모 등장으로 이어져
정치·복지의 이분법 넘어 새로운 학생회 역할 모색할 필요성

다음 달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만큼 대학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각종 자치단위 등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전국 대부분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 선거 기간을 맞이해 『대학신문』은 학생사회에서 이뤄지는 정치와 학내 복지 논쟁을 살펴봤다.
 
운동권의 감소와 비운동권의 등장

학생사회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왔다. 1980년대의 학생사회는 반독재투쟁에 집중하면서 거의 모든 대학에 운동권 성향의 총학생회가 들어섰다. 총학생회 선거는 1990년대 중반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학생운동에서 벗어나 학내 사안에 집중하고자 하는 비운동권 선본이 등장한 것이다. 2002년에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50%에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들어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권 조직은 학생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큰 이슈가 됐던 반값등록금 의제를 주도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대표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대련을 대체할 대학생 연합체를 찾기는 어려웠다. 40여개 총학생회가 한대련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개별 단과대가 한대련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한대련 소속의 일부 총학생회가 학내 여론수렴을 등한시하고 특정 정당과 지나치게 연관돼 있다는 비판이 일며 한대련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이 형성됐다. 특히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현장에 한대련 전·현직 간부가 개입돼 있다는 논란과 함께 한대련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심화됐다. 여전히 올해 출마한 운동권 성향 선본의 48%가 한대련과 연대하는 등 한대련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지난 9월 학생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고려대 총학생회가 한대련 탈퇴를 결정하면서 한대련의 위상은 급격히 하락했다.

그러나 조직적 기반이 없는 비운동권 학생회는 한대련을 대체할 만한 규모의 단체를 형성하지 못했다. 과 학생회 등 기층단위 조직을 통해 학생운동을 지속해나가는 운동권에 비해 비운동권은 기반이 부족해 연속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의를 이어갈 조직이 부재한 비운동권 총학생회의 정책은 대개 임기 종료와 함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버렸다.

전총모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올해 치러지는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지난 9월 30여개 대학의 총학생회가 모여 만든 전국대학총학생회장모임(전총모)를 중심으로 비운동권 연대체가 조직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40개 대학의 이번 총학생회 선거 출마 선본의 성향을 조사한 결과 전체 비운동권 선본의 43%가 전총모와 연관된 선본이었다.
 
전총모의 등장은 한대련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존에 형성됐던 비운동권 연대조직이 학내사안과 복지에만 집중해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했던 것과 달리 전총모는 탈정치를 표방하면서도 등록금 문제등 대학생 문제에는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총모가 학생사회에 해법의 역할을 할지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총모에서 반(反)한대련 이상의 구체적 의제나 대안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대련이 반값등록금 의제를 주도했던 것처럼 전총모가 새로운 의제를 제시할 때 학생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총모에서 활동하는 현직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특정 대선후보의 캠프에 들어가 보수진영의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점도 전총모가 앞으로 활동하는 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진호 상명대 총학생회장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총모에서 제명이 검토되기도 했다. 전총모의 집행의장이었던 정현호 전 한양대 총학생회장(경영학과·07)은 임기를 마친 후 지난 5월부터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실에서 정책비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치와 복지의 이분법을 넘어

그동안 운동권 총학생회는 지나치게 사회문제에 집중하며 조합기구로서의 총학생회 본연의 임무인 학내 여론수렴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대련 정용필 의장(경희대 기계공학과·06)도 “일부 총학생회가 학내문제에 너무 무관심했던 점이 운동권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반면에 비운동권 성향의 총학생회는 학내복지문제에만 집중해 대학생만이 사회에 개진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보이는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총학생회의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대학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학부생의 90.2%가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대학신문』2010년 11월 15일자)

이런 점에서 학생사회의 전반적인 혁신을 위해 운동권과 비운동권, 정치와 복지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등록금 문제의 경우 정치를 배제한 채 해결이 불가능하며 서울대 법인화 문제도 정치적 사안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총학생회가 모여 만든 ‘신촌·홍대지역 대학생 주거네트워크’에서 대학생 주거권이라는 복지문제의 해결을 꾀한 점이나 지난해 운동권 성향의 연세대 총학생회가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면서도 ‘밥값원정대’를 만들어 학내 학생식당 가격 인하를 추진한 것 등 최근 몇몇 총학생회는 사회문제와 학내 복지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운동권·비운동권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학생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총학생회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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