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대 총학생회(총학)가 오는 30일(금) 임기를 마친다. 『대학신문』은 개교 이래 처음 단독 선본으로 출마해 당선된 제54대 총학의 지난 7개월을 짚어봤다.

사상 첫 단독 출마, 재선거 연장 투표 끝에 당선

작년 말 총학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된 후 올해 4월 재선거가 실시됐다. 그러나 학생사회의 위기를 증명하듯 「Ready, Action!」 선본이 개교 이래 처음 단독 출마했다. 「Ready, Action!」 선본은 학생들의 직접 행동을 촉구하는 5월 학생총회와 함께 △반성폭력 운동 개진 △학과제 대응 연구팀 개설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연장투표 끝에 「Ready, Action!」 선본은 83.33%의 찬성률로 당선돼 7개월의 짧은 임기를 시작했다.

핵심 공약이었던 학생총회 무산

총학은 당선 직후부터 핵심 공약인 5월 학생총회의 성사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총학이 공약으로 제시한 학생총회 요구안의 초안에는 △회계정보 전면 공개 △등록금 의결기구 설치 △총장 임명제 무효 및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평의원회 학생 의석 및 의결기구 권한 복구 △이사회 해체 △법인화법 폐기법안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지난 5월 31일 학생총회를 소집하지만 정족수 1,658명에 미치지 못하는 약 900명의 학생들만이 자리를 지키면서 결국 총회는 무산됐다.

지난해 비상총회를 성사시켰음에도 학교가 법인화되는 현장을 목격해야 했던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이번 학생총회 무산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총학생회장 오준규씨(법학부·08)도 “각 단과대의 동의가 질적으로 깊지 않았고 작년 비상총회 결과에 대한 학우들의 실망감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일각에서는 단과대 등 기층 단위로부터의 요구가 아닌 총학의 공약으로 추진된 총회였기에 성사 가능성이 더욱 낮았다고 지적했다. 사회대 학생회의 한 임원은 “작년보다 단과대 학생회가 구성된 곳이 적었던 데다 각 단과대의 참여율이 줄었다”며 “전반적으로 총회를 성사시키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력 잃은 총학, 점차 유명무실해져

학생총회 무산 이후 초안에 포함됐던 다수의 안건들은 그 동력을 잃고 사실상 백지화됐다. 총학은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53대 총학이 본부와의 협상 테이블로 마련한 대화협의체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 차례 열린 대화협의체에서 총학은 ‘서울대 대학원 성폭력 사건 적극 해결’과 ‘장학금 지급기준 현실화’를 요구했지만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총학은 다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학생들에게 와닿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오준규씨는 “대학원생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여성단체에 탄원서 제출을 제안하고 집회를 열었다”고 밝혔지만 학내의 분위기를 이끄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학과제 전환에 대한 대응 역시 사실상 단과대 학생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평의원회에 참관하고 장학복지위원회에 학생 대표로 참여하면서도 논의 사항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여름방학 이후 나타난 총학 ‘공백화’ 현상은 임기 후반들어 공고해지는 듯 보였다. 모반 학생회장 김지훈씨(국사학과·11)는 “올해 과반 대표들이 총학과 만난 적이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총학과 학생들의 소통이 어려웠다”며 “총학 사업 중에서도 일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대학신문』은 지난 13일 54대 총학 회장 및 부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대회협의체에 참여한 소감은=참여 전부터 우려한 대로 학교측의 실무담당자가 나오지 않아 원칙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기 어려웠다. 학생총회가 무산되고 동력이 약해지며 학교와 대등한 힘을 갖기도 어려웠다. 방학 이후 자보를 붙이긴 했지만 학생들에게 협의체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다음 총학은이런 점을 보완해 협의체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총학은 평의원회 참관 및 장학복지위원회 참여 자격을 얻었다=평의원회의 경우 참관 자격만 얻었기 때문에 의견 개진에 한계가 있었다. 총 두 번 참관해 몇 차례 발언을 했는데 이후 사무국으로부터 질문이나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장학복지위원회 역시 단순한 심의기구에 불과했다. 초과학기 장학금 지급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지만 장학실무위원회에서 만든 안을 수정하는 정도의 위상을 가진 자리였다.

◇총회 무산 이후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는 비판이 있다=어느 정도 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총회 무산 이후 농활과 협의체 준비를 했고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에 대한 토론회도 열었지만 뚜렷한 활동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총운영위원회를 이끄는 데 부족했고 함께 일할 집행 동력도 점차 줄어들었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여론도 있었다=총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정책의 취지는 동의하나 구체적인 방법의 한계를 비판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 그것이 많은 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학생사회 위기론에 대한 생각은=이번 선거는 복수 선본이 출마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사회 위기론은 20여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항상 원인으로 지적되는 책임론이나 홍보의 문제를 넘어 학생회 구조 자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재평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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