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문헌 의원(새누리당)의 ‘NLL 녹취록’ 발언이 화제가 됐다. 현 정권의 통일비서관을 역임했던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의 NLL 관련 비밀회담이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정 의원의 ‘NLL 발언’은 결국 문재인 캠프를 비방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NLL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에는 변희재 미디어서치 대표와 진중권 교수(동양대 미학과)의 NLL 관련 토론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NLL은 이번 대선 키워드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각 후보들의 안보전략과 북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줄 수 있는 범국가적 정책의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NLL의 개념을 역사적으로 짚어보며 현재 진행되는 연구 동향도 함께 살펴보려 한다.

삽화: 최지수 기자 orgol222@snu.kr


전쟁이 그은 경계선들, 그리고 NLL

기본적으로 NLL은 Northern Limit Line의 약자로 ‘북방한계선’을 뜻한다. 이 북방한계선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MDL(Military Demarcation Line, 군사분계선)’을 알아야 한다. 이 MDL(군사분계선)은 전쟁 중인 양군이 휴전태세로 돌아갈 때 더 이상의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서로의 전선에서 병력을 분리시키는 경계선을 말한다. 이 때 양측 군은 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양측의 군대를 일정 거리 후방으로 철수시켜야 하며 이로 생긴 공간 내에는 어떠한 군사시설과 병력도 투입돼서는 안 된다. 이 공간의 명칭이 바로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7월 남측 유엔군과 북측 중공군 사이의 휴전협정에서 당시 38선이라 불리던 분계선을 기준으로 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획정됐다. 기본적으로 북방한계선은 이 군사분계선에서 DMZ를 끼고 있는 선으로 북측으로 일정거리 떨어져 북측 군이 남하할 수 없는 선을 가리킨다. 마찬가지로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일정거리 떨어진 선을 ‘남방한계선’이라 부른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NLL은 ‘서해상의 남북 간 경계선’을 말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NLL의 정설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클라크(Mark Wayne Clark, 1896~1984)가 한국 해군이 북쪽으로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선을 설정한 것이 그대로 이어져 지금의 북방한계선이 됐다는 것이다. 일명 ‘클라크 라인’으로 불리던 이 선은 1952년 9월 북한 해안에 대한 봉쇄를 목적으로 처음 설정됐으나 1953년 8월 휴전협정이 발효된 직후 철폐됐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을 남한에 흡수해 통일을 이루고자하는 이른 바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휴전협정이 끝난 후에도 휴전체제를 위협하는 발언과 군사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유엔 측은 서해에서 남한군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이전의 클라크 라인을 기준으로 서해 5도와 북한 영토의 중간선에 해당하는 좌표를 설정해 선을 그었고 이것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NLL이다.


휴전회담에서 정해지지 못한 서해분계선

동해와 서해 중 유독 서해상의 경계선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휴전협정 후 지금까지 서해의 경계선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양 국가가 첨예한 대립상태에 놓여왔기 때문이다. 즉, 휴전협정 당시 양측은 서해의 해상경계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담은 조항을 포함하지 못한 채 최종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남북은 지속적으로 서해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보였고 서해의 실질적 경계선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 내내 이뤄지고 있던 휴전협정에서 해상분계선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제3의제’에 대한 협정과정에서였다. ‘제3의제’는 휴전감시방법 및 기구 협상에 대한 의제로 주로 휴전 이후의 구체적 군사조치를 다루고 있는 의제를 말한다. 1951년부터 진행되기 시작한 제3의제 중 해상분계선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동아시아영토문제 연구소 양태진 소장은 저서『NLL 국경선인가 분계선인가?』에서 “해상분계선에 대한 양측 대립은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둘러싼 유엔군의 관할권 고수를 두고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결국 해상분계선에 대한 논의는 서해 5도를 둘러싼 예외규정으로 인해 명확한 경계선을 정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한다.

처음 서해의 해상분계선 개념을 제시한 것은 소련군 측이었다. 소련군 측은 “지상분계선(군사분계선) 서쪽 끝 밖의 해역에서는 임진강 하구에서 한강의 중심까지, 황해도-경기도의 분계선을 끼고 해상까지 연장한 것을 해상분계선으로 규정하며 군사분계선 및 황해도-경기도 분계선 이북의 모든 도서에서 상대방의 무장 세력이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 이에 유엔군은 서해 5도가 전쟁 발발 전인 1950년 6월 24일에 유엔군의 통제 하에 놓여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시 실질적 군사분계선이었던 38선의 연장선 이남에 있던 점을 고려해 소련군이 제시한 철수 원칙에 예외를 두고자 했다. 이로써 유엔군 측은 서해 5도에 대한 통제권을 지켜냈다. 이에 대해 김보영 연구교수(이화여대 한국학연구소)는 “휴전 당시 한반도 대부분의 해상 통제가 유엔군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엔군이 북한에게 관할도서에 대한 통제를 어느 정도 양보한 셈이었고 소련과 북한 측도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유엔군이 제시한 예외규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한편 서해의 해상분계선이 정해지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양측 군이 ‘영해’를 규정하는 데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안 해역을 규정하는 협정에서 유엔군은 당시 국제 영해 법규에 따라 영토에서부터 3해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소련군은 영해의 범위가 좁아 양측 군의 근접으로 인한 전투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2해리를 영해의 범위로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군은 휴전협정 초안에 이미 ‘해상봉쇄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했지만 소련군은 영해에 대한 논의를 “휴전협상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며 피했고 결국 영해에 관련된 조항은 휴전협정문에서 전면 삭제돼 실질적 해상경계선에 대한 언급은 휴전협정문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국내 NLL에 대한 연구방향

NLL은 분명 남북 간 합의하에 그어진 선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합의하에 그어지지 않은 선에 대해 남한 측은 NLL을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현재 국내 NLL에 관한 연구는 ‘NLL에 대한 국제법적 성격’을 규명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그 중에서 남한이 주로 집중하는 NLL의 법적 근거는 바로 ‘실효적 지배’다.

한국전쟁 당시 미 해군 통역장교였던 이종연 재미 변호사는 그의 논문 「북방한계선(NLL)의 국제법적 지위」에서 NLL의 실효적 지배를 통한 법적 근거를 밝혔다. ‘실효적 지배’는 특정 영해나 도서의 소유권과 통치권을 상당기간 동안 평화적으로 통치했던 나라에 부여하는 것으로 현재 국제 영토분쟁 관련 재판에서 통치권을 획득하기 위한 중요 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례로 1928년 미국과 네덜란드 간 팔마스 섬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국제재판이 벌어졌을 당시 네덜란드는 분쟁 없이 지속적으로 팔마스 섬의 지배권을 행사했던 점을 인정 받아 팔마스 섬의 소유권을 획득했다. 이때부터 이 사건은 하나의 판례가 됐고 이후 또 다른 국제영유권 분쟁에서 실효적 지배의 행사가 소유권을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실효적 지배로 인한 NLL의 국제법적 지위가 북한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실효적 지배에 대해 관계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NLL의 법적 성격은 현재 남북한 간의 팽팽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표-1>

그래픽: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NLL이 서해상의 실질적 경계선으로써 영토선의 기능을 하는지 아니면 협의의 대상으로 평화통일의 기반이 되는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두 가지 성격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NLL에 대한 지속적인 양측의 대립은 제2차 연평해전과 같은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남북 간의 영해와 해상경계선을 획정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NLL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NLL은 단순히 정책의제로 다뤄지기보다 자세한 연구를 통해 남북 간의 의견차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NLL연구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NLL에 대한 남북 간 소통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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