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어 한 송이

분식집에서 볶음밥을 먹다가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잘 된 일이라고, 그냥 그런 것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주문한 볶음밥은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처음 남수라는 인물을 생각해내고 여섯 달 만에 글을 마무리지었다.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대학문학상 마감일을 디데이로 잡았다.

오지 않은 미래, 아니 어쩌면 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미래의 풍경이다. 하지만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남수가 아주 오랫동안 내 상상의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미래가 더 길어지고 넓어진 스마트폰 따위가 아닌 가족, 시외버스, 꽃, 트라우마, 권태 같은 일상적 서사로 드러나는 미래이길 바랐다.

소영이가 아버지 남수에게 꽃을 건네는 소박한 풍경이 현실이 되기엔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독재 국가 북조선, 분단체제로 신음하는 이들에 무관심한 남한 정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없이 우리 앞의 현실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0여 년에 걸친 왜곡된 역사의 결과이면서 필연 앞에서, 나는 한없이 왜소하다. 지난 100년과 다른 새로운 100년의 첫 단추를 끼울 대선을 앞둔 유권자라는 사실 정도가 다행이랄까.

글을 쓰는 동안 지난 여름 압록강변에서 본 저편의 수많은 민둥산들과, 그 민둥산을 뒤덮은 뙈기밭과, 그래서 무너진 산허리와 강변을 터벅터벅 오가는 그들의 발걸음을 떠올렸다. 내 뒤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서간도의 옥수수밭이 서러워 눈물조차 솟지 않던 그 풍경. 부끄러운 처녀작 ‘닭공장 리남수’는 그 풍경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을 향한 한 송이 오마주이자 기도이다.

어머니 아버지, 크고 작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꿈길을 헤매는 나를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벗들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 작은 관문을 지나 어떤 삶을 살건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는 말로 진심을 보탠다.

애초 대상은 시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글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까닭은 더 정진하라는 채찍질이라 생각한다. 좋은 기회를 주신 대학신문에 거듭 사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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