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지 않은 일기

밤늦게 수상 소식을 듣고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대학문학상에 출품했던 것들은 제가 2010년부터 2012년인 지금까지 썼던 5개의 짧은 단편들입니다. 그 중에서 「정안휴게소」는 제가 소설을 이제 막 쓰기 시작했던 2010년에 썼던 소설입니다. 그러다보니 2010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막 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때.

졸업 전시와 졸업 논문 제출을 앞두고 있는 요즘, 유난히도 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던 차였는데, 이번 수상 소식은 저에게 시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작과 끝의 사이에 대해서도.

어렸을 때는 어떤 일이든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에는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졸업하면 뭐라도 결단이 날 줄 알았는데, 졸업이 가까워진 지금에 보면 인생에서 죽기 전엔 완전한 끝이란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삶이란 게 언제나 무수한 시작과 끝 사이인 거죠.

문제는, 시작과 끝 사이는 항상 휘청거리기 마련이라는 거예요. 처음 시작했을 때 예리하게 벼려둔 칼날은 언젠가 무뎌지고, 아름답게 닦아둔 마음은 언젠가 빛이 바래고, 사람들은 언제나 시작과 끝만 기억하죠. 사실 정말로 중요한 건 시작과 끝 사이를 메웠던 수없이 많은 날이었을 텐데. 우리는 왜 정작 그런 날들에 휘청대고 또 시시한 일기를 적을까요.(아…아닌가요? 미안해요, 제가 요즘 그랬거든요.)

사실 3년 전에 썼던 「정안휴게소」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3년 전의 자신에게 약간 배알이 꼴리기도 했습니다만…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하던 순간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사이,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또 휘청대며 어느 시시한 일기를 적을 뻔했던 오늘을, 지금을, 시시하지 않은 날로 만들어준 대학문학상에게 감사합니다. 또 어느 휘청이던 날들에 따뜻한 말을 건네준 사람들에게도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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