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평

대학문학상의 계절이다. 이번 대학문학상 소설 부분은 작품의 평균 수준이 작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실력들이 있다고나 할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지성적이어서 함부로 써서 완성하려는 의욕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고 보면 이것은 큰 변화다. 반갑다. 소설 쓰는 이들 많은 우리 학교가 되기 바란다.

소설에서는 무엇보다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 어떤 것을 보느냐,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느냐가 그것을 쓴 사람의 의식을 절반 이상 대표해 준다. 대학문학상이 어떤 작품을 원할지 생각해 보면 저절로 소재를 선택하는 안목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현의 「닭공장 리남수」는 일종의 가상 소설이다. 남과 북이 연방국가가 된 상황을 설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야기 자체는 평이해 보이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 설정에 대학생 작가다운 의식이 담겨 있다. 또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잔재미가 있다. 뭣보다 소재가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대상작이다. 다만 대학에서가 아니면 환영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훨씬 더 새롭게 써야 한다.

한편,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띠고 나타나는 것이 소설의 특징이라고 했다. 소설은 어떤 면에서든 새로워야 한다. 최근 문학잡지 소설들은 이 점에서 별로다. 소재는 이렇게, 저렇게 달라지곤 한다. 그러나 단편소설은 원고지 80매에서 100매 내외. 누가 압핀으로 그렇게 고정시켜 놓았나 보다. 박시현의 「정안휴게소」는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이 사람은 다른 작품들도 투고했는데, 일관되게 새로운 길이의 소설을 추구했다. 분량 짧은 것이 실력 부족의 소산이 아니라 하나의 의도임을 인정할 수 있다. 이야기에 담긴 생각도 성숙하다. 우수작으로 정했다.

이번에 최종에까지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에는 박대민의 「멜버른, 페이스북, 2024」, 이대보의 「스물 셋의 항문기」, 이상현의 「옳은손잡이」 같은 좋은 작품들이 있었다. 상상력을 더 밀어붙이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여주기 바란다.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 임홍배 교수(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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