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2012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2013년을 아름답게 꿈꿔 가기를 소망하며 내가 존경하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원주의 예수’라 불렸던 선생께 하루는 한 아주머니께서 찾아 오셨다. 이 아주머니께서는 딸을 시집보낼 밑천을 기차에서 몽땅 소매치기 당했다며 선생께 이 돈을 좀 찾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선생은 다음날부터 소주를 사들고 역 앞으로 매일 출근하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넝마주이, 행상 등의 사람들과 매일 소주잔을 부딪치며 세상사는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나자 한 사람이 선생께 뒷마을에 사는 아무개라는 자가 최근에 크게 한 건을 해서 흥청망청 먹고, 쓰면서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주었다. 이에 선생은 그 아무개를 찾아 갔다. 그리고 선생은 그에게 “자네가 최근에 큰돈이 생겼다던데, 아주 혹시라도 그 돈이 기찻간에서 아주머니 돈을 슬쩍 한 것이라면 딸이 시집을 가야한다고 하니 좀 돌려 주게나”하고 부탁을 하셨다. 큰 어른으로 존경 받으시는 분이 자신을 찾아와 고개를 푹 숙이시고, 공손히 부탁을 하니 그 아무개라는 자는 죄송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쓰고서 남은 돈을 꺼내 와서는 선생께 내밀었다. 이에 선생께서는 이 돈에다가 자신의 축의금까지 보태서 아주머니께 돌려 드렸다고 한다. 그 후 선생께서는 돼지고기 한 근과 소주 한 병을 사셔서 다시 그 소매치기를 찾아 가셨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 하셨다. “여보게. 미안하네. 자네도 이 일이 생업인데, 나 때문에 자네의 일도 망쳐 놓았고 혹시라도 내 때문에 자네가 소매치기라 소문이 났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미안하네…….”

당신의 2012년은 어떠했는지를 나는 사실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바라는 것은 1년을 보내며 당신이 조금 철이 들었기를 바란다. 당신이 ‘철들어 간다는 것이 제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적당히 세상에 길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장일순 선생의 삶처럼 더 맑아지고, 더 낮아지고, 더 따듯해지고, 더 너른 자가 되는 것이 철들어 가는 것이리라. 당신이 2012년 동안 많이 철들었다면 좋겠다.

당신의 2013년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는 어떠할 것 같은가?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이 뭔가 큰 영향력을 갖고 타인들이 성공했다 말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그러기 전에 우선 장일순 선생과 같은 사람이 되라. 우리는 지난 5년간 건방지고 마음이 못돼먹고, ‘내가 다 해봐서 안다며 남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가 힘을 가졌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엉망으로 만들고, 피폐하게 만들 수는 있는가를 똑똑히 배웠다. 당신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라. 먼저 겸손하고 마음이 선하며 타인을 참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자가 되라.

당신은 그런 삶보다는 남이 뭐라고 해도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권하고 싶다. 그 기준의 하나로 선생의 삶을 삼아보라.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참으로 행복하도록 하는 삶, 늘 자신의 중심을 아름답게 가꾸어 시궁창 같은 현실에 있을지라도 가슴의 깊은 곳에서부터 연꽃향이 나는 그런 행복한 삶을 꿈꾸어 보라.

어느 새 띠동갑인 이들과 캠퍼스를 함께 거닐게 될 순간이 성큼 다가오니 할아버지 같은 시시콜콜한 말들이 길었던 것도 같다. 부디 이 말들이 훈훈한 잔소리였기를 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