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지럼증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나는 어릴 적 친구가 없었다. 동네에 또래라고는 냇가에 드리운 능수버들과, 개들이나 하는 것들 뿐이었다. 그래서 매일 광에 틀어박혀 고장난 라디오를 분해하거나 집 앞 길바닥에 나와 용달차 광고가 판화처럼 새겨진 곳을 엄마가 남긴 매니큐어로 칠하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다 초등학교엘 가고 친구가 생겼다. 태양이네는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우리는 그래도 여름이면 수박도 훔치고, 가을엔 불도 지피고 재밌게 씰고 돌아다녔다. 어느날 그 친구가 집에서 사천 원을 훔쳐와 나랑 신나게 쓰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저 아버지를 맞닥뜨리자 겁에 질린 나머지 남은 돈을 전부 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 간 적이 있다. 그 후로 태양이는 전학을 갔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더 이상 벽은 칠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쓴 시는 2011년 어느 겨울밤에 쓴 것이다. 군대에 갔다 복학한 첫 학기에 화랑이는 여러모로 나를 챙겨주었다. 그는 매일 시 때문에 괴로워했고 스스로를 자책하느라 술로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나는 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눈곱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연습한 불행으로 친구의 잔을 채워주기만 하는 것이었다. 바람이 차게 불어 담배연기가 입김과 섞여 더 멀리 퍼지던 날 그를 따라 시를 썼다.

연습한 불행. 그것일까?

목적지 없이 방황하였을 때 시에 대한 동경을 하게 해준 화랑이. 집이 없을 때 수도 없이 재워주었고 내가 많은 것을 훔쳐간 지혁이. 비빌 언덕이 없다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은지. 어쭙잖은 글을 항상 읽어주던 총문학연구회 모든 사람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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