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행사소식] 2012 서울사진축제

서울시립박물관 전시관에 들어서면 주제를 가늠할 수 없는 가지각색의 사진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가난한 이들의 판자촌 사진이 있는가 하면 하늘 높이 솟은 타워팰리스를 찍은 사진도 있다. 빛바랜 가족사진이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사연이 담긴 개인들의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퍼즐을 이룬다. 지난 21일(수)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총 40일간 열리는 「2012 서울사진축제」(사진축제)에서는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도심 속 이미지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사진축제는 서울시립박물관, 서울시청사, 서울역사박물관 등 서울 곳곳에서 펼쳐져 시민들이 손쉽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개발 이전의 강남을 담고 있는 전민조 작가의 「압구정동 밭갈이」(사진 ①)는 1970년대 변화하는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을 인물과 배경의 명확한 대비로 표현한다. 묵묵하게 밭을 가는 농부와 소의 목가적인 풍경 뒤에는 산업화를 상징하는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은 심각했지만 활기찬 도시였으며 사진의 보고였다’고 말하는 전 작가는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서울의 기억을 관람객 앞에 내보인다. ‘강남’ 하면 끝없는 상점과 쇼윈도, 그리고 고층빌딩을 떠올릴 사람들에게 「압구정동 밭갈이」는 과거 서울의 투박했던 얼굴과 마주하게 한다.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된 해, 남산 외인아파트 폭파 순간에 찍힌 김미희님」(사진 ②)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시대의 평범한 개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속 여자아이가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막고 있는 사진은 ‘남산 제모습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철거된 남산 외인 아파트 폭파 순간을 촬영한 것이다. 1970년대 한국에 몰려든 외국인을 위해 지어진 고급아파트였던 남산 외인아파트는 남산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1994년 철거됐다. 잔뜩 찡그린 소녀의 표정 속에서 관람객들은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던 경제 발전을 읽을 수 있다. 이 사진은 평범한 개인들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따라 과거가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축제의 사진들은 ‘마을 공동체와 사진 아카이브’를 테마로 서울 시민들과 전국의 네티즌들이 수집하고 촬영한 작품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정체성을 다룬 전문 작가들도 한데 모여 서울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뚝섬 빨래터와 같은 특정지역의 풍경을 담은 사진뿐만 아니라 평범한 가정의 졸업 사진, 결혼 사진 등의 개인적인 사진에 이르기까지 익숙하지만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서울의 기억들이 한 곳에 모였다. 전시회를 보고 먼 훗날 회상될 서울의 기억의 일부를 구성해보고 싶어진다면 카메라를 꺼내들고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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